미국인의 눈으로 전범국 일본을 분석한 이 상징어가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이 새해에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 안에서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어떤 이는 국화만 주로 이야기한다. 어떤 이는 칼 얘기를 주로 한다. 어느 것이 일본의 진짜 모습인가.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독도 문제 등 과거사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일본의 이중성에 대한 편가르기가 반복된다. 해방 이후 그렇지 않은 때가 있었던가. 일희일비하지 말고 좀 호흡이 길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00년 전 3·1운동이 일어날 때도 그랬고, 122년 전 대한제국 창건(1897년) 시기에도 그랬고, 1884년 갑신정변과 1876년 강화도조약 때도 그랬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임진왜란 직전 일본 정세를 살피러 간 조선의 사신 두 명의 시각에서도 국화와 칼이 발견된다.
‘국화와 칼’은 일본의 이중성 상징
일제가 만든 ‘인조 국화’ 동양평화론
동양평화 뒤 ‘예리한 일본도’ 정한론
국화와 칼, 한쪽만 보는 오류 반복
중국 패권 동북공정도 함께 비판해야
역사왜곡 고쳐가며 포지티브 경쟁도
일례로 명성황후를 시해하러 경복궁에 난입한 일본인 가운데 일본 외무성 기관지 한성신보 기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의 시각으로 시해사건이 기록되었고 그들 중 일부는 저명한 역사가가 되어 근대적 방식의 ‘조선사’를 서술하는 데 가담하기도 했다.
잘못된 역사교육을 바로 잡는 것은 지난 100년 동안 벌써 해야 할 일이었는데 제대로 못 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렇다고 우리 민족이 손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안중근 의거에 이어 3·1만세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 이봉창 의거, 윤봉길 의거 등을 거쳐 카이로선언을 통해 대한의 독립을 세계에 공표하기까지 우리 민족은 치열하게 투쟁했다. 해방 이후에는 70여년 만에 세계에 유례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도 이뤄냈다. 해외에 나가보면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 피부로 느끼게 된다.
지난 9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은 20위를 기록했다. 예년보다 좀 떨어졌다고 하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순위다. 충분히 자랑할 만한 일이다. 일본이 우리 뒤를 이은 21위다. 미국(25위)과 프랑스(29위)보다 우리가 높다. 중국은 130위, 북한은 조사 대상국 중 꼴찌인 167위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동양평화론과 정한론, 국화와 칼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우리 정치인들이 이제 두 눈을 좀 더 크게 뜨고 국화와 칼을 같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과거 100년 전과 달리 오늘의 국제정세는 중국의 패권전략도 큰 문제라는 점에서, 일본의 역사왜곡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동북공정도 비판하는 균형감각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순국선열들 앞에 이런 다짐을 해봤으면 좋겠다. 일본보다 더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역사왜곡을 바로잡아 가면서 동시에 새로운 100년을 향해 일본과 포지티브 경쟁을 하는 것이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