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희곡 ‘출구 없는 방’(1944)의 대사를 통해 “지옥, 그것은 타인들이다.(L‘enfer, c’est les autres.)”라고 처음 말한 사르트르는 이 말이 “늘 오해되어 왔다”고 했다. “타인과의 관계는 언제나 해가 되고 지옥처럼 된다는 뜻이라고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내가 말하고자 한 건 좀 다르다”고 했다. 이 연극에 대한 1965년 강연에서 그가 한 말이다. “우리는 타인들이 우리를 판단하는 잣대로 우리 자신을 판단한다. (중략)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옥에서 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타인들의 판단과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저 말을 보면 ‘남 눈치 보기, 남과 비교하기, 인정과 관심 구걸’이 유난히 많은 우리 사회는 과연 ‘헬’로 등극할 만하다. 저 연극에서 세 남녀가 평범한 방처럼 생긴 저승에서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로 고민하고 싸우다가 그곳이 지옥임을 깨닫는 것처럼, 스스로 지옥을 엮어 갇혀 있는 셈이다.
사실 사르트르 실존주의 철학에 따르면 이 지옥은 피할 수 없다. 인간은 타인이 있는 한 그 시선과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걸 의식해 완전히 주체적일 수 없게 되므로, 타인의 존재 자체가 지옥이다. 하지만 또한, 처음부터 무엇이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니라 그냥 태어난, 즉 “실존이 본질에 앞서는” 우리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근거를 위해 타인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어찌할까. 뻔하지만 균형으로 풀어야 하지 않을까.
앞서의 강연에서 사르트르는 “평판에 대해 걱정하면서, 또 스스로 바꿀 의지도 없는 행동에 대해 걱정하면서 사는 건, 죽은 채로 사는 것”이라고, 살아있다면 “바꾸라”고, “우리는 지옥을 깨고 나올 자유가 있다”고 했다. 새해에는 그렇게 살아봐야겠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 타인이 주는 상처를 원망하는 대신, 사르트르의 의도대로 스스로 타인의 시선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면서 말이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