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쓸모 있는 뇌 사용법
미셸 시메스·
파트리스 롬덴 지음
이세진 옮김, 미메시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지만, 이 땅의 어린이들이 유치원에서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영어나 수학의 기초 같은 어쭙잖은 선행 학습보다는 차라리 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이 책을 어릴 적부터 읽어주고 책에 담긴 내용을 같이 실천하는 것이,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금수저’를 쥐여 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프랑스 국민의사의 뇌 사용설명서
“내면에 잠든 아이 영혼 끌어내면
15분간 100개 단어 외울 수 있어”
“행복? 돈이 있으면 다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만, 사실은 뇌가 전부다”라는 것이 저자의 일갈이다. “쌩쌩하게 잘 돌아가는 뇌는 기적을 일으키고, 마법을 부린다. 그것은 곧 근사한 인생을 얻게 한다”고 덧붙인다. 하여 어떤 것을 먹어야 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습관을 가져야 뇌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기억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뇌의 노화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세하게 알려준다.
스마트폰이 대세인 요즘, 인터넷으로 읽는 것과 종이책으로 읽는 것의 차이를 설명한 대목도 흥미롭다. 우리가 웹페이지를 읽을 때는 의사 결정과 문제 해결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지만, 인쇄물을 읽을 때는 언어·기억·시각 정보 처리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치를 통해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종이를 손으로 만지거나, 책갈피를 접거나, 밑줄을 긋는 ‘경험’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얘기다.
프랑스 기억술 대회 챔피언을 직접 만나 15분 안에 100여 개 단어를 외울 수 있는 비법을 직접 배운 경험담도 들려준다. 2500년 전부터 내려오는 이 고전적인 기억법의 비밀은 장소와 연관시키는 것인데, “자기 내면에서 잠자고 있는 어린아이의 영혼을 끌어내고, 오감을 활용한다”는 것과 맞물려 있다. 즉 사실성이나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을 풀어놓은 뒤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어야 쉽게 또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불치병으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다양한 징후에 대해 예시하면서, 최선의 방법으로 “배우고, 익히고, 생각하라”고 들려준다. 규칙적으로 뇌를 자극시키는 일을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맺음말에서 저자가 인용한 공자의 말씀이 여운을 남긴다. “사람은 두 번 산다. 생이 한 번뿐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비로소 두 번째 생이 시작된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