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한정식집 사장에게 배운 코다리찜

중앙일보

입력 2018.12.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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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민국홍의 삼식이 레시피(12)

코다리찜을 완성한 모습. 콩나물을 얹은 코다리 찜은 아삭하면서도 쫄깃해 입을 즐겁게 한다. [사진 민국홍]

 
음식을 잘하려면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닐 정도로 식도락가라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맛집을 자주 찾다 보면 왕왕 음식점 사장하고 친해지고 어떻게 만드는지도 알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코다리찜과 감자전도 그렇게 해서 배운 음식이다.
 
80년대와 90년대 일간지 기자를 했던 시절 잘 다니던 단골 한정식집이 있다. 늘만나라는, 당시 서울 종로에 있던 장원이란 유명 한정식집 출신 종업원들이 나와 차린 음식점이었다. 이 집은 점심때엔 칼국수와 청포묵, 저녁엔 시금치 죽과 찹쌀 탕수육 등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맛있었다. 이곳에서 저녁때 취재원과 만나 맛있는 음식을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했다.
 
80~90년대 맛집 겸 사랑방 역할을 했던 한정식집
나는 사회생활 전반기 동안 한 15년 기자를 했는데, 이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아직도 중앙일보가 친정 같다. 기자로서 사회에 기여할 정도로 잘한 것이 있다면 북한이 원자폭탄을 개발 중이라는 기사를 꼽을 수 있다. 그 취재원을 만난 곳도 바로 늘만나 한정식집이었다.
 
당시 외무부를 출입하던 나는 1989년 6월 어느 날 정부의 주요 인사와 함께 저녁을 했다. 그가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서 원자폭탄 4~5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귀띔해 주었다. 한국과 미국 당국이 이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는 먹던 술이 확 깼고 화장실에 갔다 온다며 가지고 다니던 수첩에 메모했다.


워싱턴 특파원 선배의 이름을 빌려 기사를 내보냈지만 정부 당국이 이를 강하게 부인해 확인할 수 없어 특종 상을 못 받았다. 이 기사가 파묻힌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사진 pixabay]

 
물론 나는 이를 보충 취재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해 기사화했고, 취재원 보호를 위해 당시 워싱턴 특파원이던 한남규 선배의 이름을 빌려 기사를 내보냈다. 정부 당국이 이를 강하게 부인해 확인할 수 없었던 다른 기자들이 이를 받지 않아 특종 상을 못 받았다. 이 기사는 한동안 핫 이슈가 되지 못하고 파묻힌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맛집으로서만 아니라 세상 이야기가 돌아가는 사랑방 역할을 한 한정식집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해 지금은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1997년 IMF 금융위기 때 값비싼 위스키를 찾는 손님이 없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위스키에 맥주를 타 먹는 양폭이 사라지고 소주에 맥주를 타 먹는 소맥이 대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15년 김영란법 도입으로 음식값을 비싸게 받던 한정식집 중심의 접대문화가 또 한 번 타격을 받았다.
 
늘만나도 그런 와중에 폐업했다. 다만 늘만나 사장은 가까운 곳에 직장인을 상대로 점심에는 칼국수 등을 팔고 저녁에는 코다리찜 등 몇 가지 요리로 저녁 겸 술장사를 하는 다른 음식점인 늘단비를 운영하고 있어 나는 아직도 이곳을 종종 찾고 있다. 늘단비에서 맛나게 내오는 코다리찜과 감자전의 요리법을 직접 사장으로부터 배워 집에서 잘 써먹고 있다.
 
늘단비 사장이 코다리찜·감자전 요리법 전수

코다리찜. 황태 채, 멸치, 다시마, 건표고로 만든 육수에 코다리를 넣고 국간장 등으로 양념하여 조린다.

 
코다리찜은 언제 먹어도 별미로서 손색이 없다. 우선 코다리 2마리를 잘 손질해 삼등분하고 콩나물 한단, 마늘 2 큰 술, 고춧가루 3 큰 술, 국간장 1 국자, 식용유 2큰술, 청주 2큰술, 참기름 1큰술을 준비해 놓는다.
 
황태 채, 건표고, 멸치, 다시마 등으로 육수를 준비한다. 프라이팬에 육수를 담고 무 100g과 대파 2개, 간 양파 1개를 넣어 30분간 끓이다가 코다리, 마늘, 식용유, 국간장, 청주를 넣고 자박자박해질 때까지 조려준다.
 
그리고 다른 프라이팬에 콩나물을 넣고 참기름을 두른 뒤 불을 넣고 유리 뚜껑을 닫아 놓으면 몇 분 있으면 노랗게 익게 되는데 이를 조려진 코다리 위에 얹으면 된다. 국간장의 감칠맛이 밴 담백하고 쫄깃한 코다리가 아삭아삭한 콩나물을 만나면 참으로 잘 어울리는 조합이 된다.
 

감자 채 썰기. 감자를 강판으로 아주 가늘게 채를 썰어야 감자전을 만들 수 있다. [사진 민국홍]

 
코다리 하나만 내놓으면 심심하니까 아내가 좋아하는 감자전을 곁들인다. 보통 감자전은 감자를 갈아 전분을 내어 만들게 되는데 그 과정이 좀 번거롭다. 그래서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특별한 비법을 전수 하였다. 가늘게 채로 낼 수 있는 강판으로 감자 3~4개를 갈아 이를 직접 프라이팬에서 부치면 그것으로 끝이다.
 
보통 감자전이 물컹한 식감이 있는데 이렇게 만든 것은 훨씬 바삭거리고 감자 맛이 더 강하다. 분명한 것은 이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감자전을 만들어 주면 대부분 여자가 두 번 놀란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너무도 쉽다는 사실에, 다음으론 너무 맛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한다.
 
[정리] 코다리찜 만드는 법
[재료]
코다리 2마리, 콩나물 한단, 마늘 2큰술, 고춧가루 3큰술, 국간장 1국자, 식용유 2큰술, 청주 2큰술, 참기름 1큰술, 황태 채, 건표고, 멸치, 다시마, 무 100g, 대파 2개, 간 양파 1개, 마늘
 
[조리순서]
1. 코다리 2마리를 잘 손질해 삼등분한다.
2. 콩나물 한 단, 마늘 2큰술, 고춧가루 3큰술, 국간장 1국자, 식용유 2큰술, 청주 2큰술, 참기름 1큰술을 준비해 놓는다.
3. 황태 채, 건표고, 멸치, 다시마 등으로 육수를 준비한다.
4. 프라이팬에 육수를 담는다.
5. 육수를 담은 프라이팬에 무 100g과 대파 2개, 간 양파 1개를 넣어 끓인다.
6. 30분간 끓이다가 코다리, 마늘, 식용유, 국간장, 청주를 넣고 자박자박해질 때까지 조려준다.
7. 다른 프라이팬에 콩나물을 넣고 참기름을 두른 뒤 불을 넣고 뚜껑을 닫아 놓고 노락게 익을 때까지 기다린다.
8. 콩나물을 코다리 위에 얹는다.
 
[쉽게 만드는 감자전]
1. 감자 3~4개를 강판으로 갈아 채로 낸다.
2. 이를 직접 프라이팬에서 부친다.
 

채로 만들어 부친 감자전은 일반 감자전과 달리 바삭거리고 훨씬 감자 맛이 더 난다. [사진 민국홍]

 
민국홍 KPGA 경기위원 minklpg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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