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9)
일본 게임 ‘사가’ 시리즈 25주년 맞춰 출시
이 위스키는 일본 유명 게임제작사, 스퀘어에닉스(SQUARE ENIX)의 대표 RPG 게임 ‘사가’ 시리즈 25주년을 맞이해 출시됐다. 사가 시리즈 프로듀서 이치가와 마사노리 씨는 “옛날부터 RPG 게임을 즐겨온 팬이 위스키를 즐기는 나이가 됐다”고 말했다. 어릴 적 TV 앞에서 게임을 즐기며 밤을 새우던 아이가 어느새 위스키 구매력을 가진 성인이 된 것이다. 위스키는 출시와 동시에 매진됐고, 금세 가격이 몇 배로 뛰고 말았다.
유명 만화가를 기념하는 위스키
일본의 한 위스키 판매 회사가 만든 보틀로, 라벨에는 이시노모리 쇼타로가 만들어낸 만화 속 캐릭터가 빼곡히 담겼다. 덕분에 추억 속 만화 캐릭터를 떠올리면서 한 잔의 위스키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이 위스키 역시 만화 마니아의 관심 속에 금세 품절됐다. 위스키보다 팬층이 두터운 만화 팬을 공략한 위스키 업계의 전략이라 볼 수 있다.
영화 킹스맨 주인공 탄생 기념하는 위스키
주인공은 위스키병에서 ‘미국 켄터키’라는 키워드를 얻고, 미국 위스키의 고향 켄터키로 가 스테이츠맨과 만난다. 배경이 된 올드포레스터 증류소는 ‘올드포레스트 스테이츠맨’이라는 한정판 위스키를 발매했고, 영화를 본 이들은 자연스레 마케팅에 노출됐다.
또 올드포레스터 증류소를 소유하고 있는 브라운 포맨사는 산하의 스코틀랜드 증류소 글렌드로낙에서 ‘킹스맨’ 한정판 위스키를 발매한다. 주인공 에그시가 태어난 1991년에 증류한 위스키만을 블렌딩해 만든 '글렌드로낙 킹스맨 에디션'이다.
영화에서 영감을 얻은 두 위스키는 영화 팬은 물론, 위스키 팬으로부터도 큰 인기를 얻었다. ‘킹스맨’이 크게 흥행한 한국에도 출시됐다.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 패러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조니워커 위스키를 만드는 디아지오와 손을 잡았다. 드라마에서 매서운 겨울과 함께 찾아오는 악역 화이트 워커를 차용해 ‘화이트워커'를 출시했다.
조니워커의 상징인 스트라이딩맨도 드라마 속 화이트 워커처럼 변장하고, 병도 꽁꽁 언 얼음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병 한쪽 면엔 ‘Winter is Here’이라는 문구를 넣어 ‘왕좌의 게임’ 하면 떠오르는 ‘Winter is Coming’을 패러디했다.
마시는 방법도 일반 위스키와 사뭇 다르다. 냉장고나 냉동고에 넣어 위스키의 온도가 1.5도까지 내려갔을 때 마시는 걸 권한다. 역시 겨울을 상징하는 캐릭터를 담은 위스키답다. 이런 섬세한 마케팅에 드라마와 위스키 팬은 즉각 환호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는 이미 출시된 이 위스키는 한국에도 12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제 왕좌의 게임 팬은 드라마를 보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 잔의 위스키와도 만난다.
우리는 콘텐트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에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영화 보기’, ‘만화책 읽기’, ‘게임 하기’ 등의 답이 돌아왔지만, 요즘은 ‘마블’, ‘원피스’, ‘롤’ 등의 답이 돌아온다. 그만큼 대중의 관심사는 세부적으로 변했다.
한 번 팬이 된 사람은 오랫동안 팬으로 머문다. 위스키가 게임, 만화, 영화, 그리고 드라마를 찾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대영 중앙일보 일본매체팀 대리 kim.dae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