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의 공연 ‘가무악칠채’(11월 22~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출연하는 무용수 송설의 말이다. ‘가무악칠채’는 국립무용단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무용수 이재화의 첫 안무작으로, 한국무용에서 이제껏 사용한 적 없는 ‘칠채’라는 장단으로 과감한 음악적 도전에 나섰다.
국립무용단 신작 ‘가무악칠채’
최근 몇 년간 해외 유명 안무가나 타장르 예술가 등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통해 한국무용의 틀을 깨는 시도를 해온 국립무용단의 새로운 차원의 도전이 첫 결실을 맺은 셈이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한국무용가들을 재료삼아 현대무용의 문법으로 동시대성을 추구해온 숱한 시도들이 혁신적 무대를 만들어왔지만, 그런 무대를 보며 ‘한국무용이란 게 뭘까’ ‘한국적이라는 게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 것도 사실이었다.
이재화는 프랑스 안무가 조세 몽탈보와 국립무용단이 협업했던 ‘시간의 나이’ 파리 공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했다. 무용수가 악기까지 다루는 한국무용을 외국인들이 경이로워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전통의 매력인 ‘가무악일체’를 테마 삼고 제목까지 따왔다.
하지만 한 사람이 가·무·악을 다 하는 무대는 아니다. 음악·무용·소리 전문가가 모여 ‘칠채’라는 소재를 변형하고 실험하는 컨셉트다. ‘칠채’란 농악에서 행진에 쓰이는 빠르고 현란한 가락으로, 한 장단에 징을 일곱 번 친다는 뜻이다.
‘가무악칠채’는 칠채의 무한 변주를 펼친다는 점에서 ‘칠채 볼레로’라 할 만 하다. 푸른빛 조명이 지배하는 무대에 붉은 수트를 입은 무용수들이 ‘칠채’ 장단을 수놓는다. 농악을 이끄는 것이 ‘상쇠’라면, 이 무대의 상쇠는 이재화와 소리꾼 김준수다. 이재화가 루프스테이션을 이용해 직접 칠채 장단을 만들고, 김준수가 칠채 장단을 재담으로 이끌어가며 시작한 리듬놀이에 무용수들이 하나둘 끼어든다. 분명 한국적 DNA가 뚜렷한 전통 춤사위지만 빨라졌다 느려졌다 완급 조절의 베리에이션이 반복되며 무대에 독특한 에너지를 더해간다.
이번 공연은 초연보다도 구조적 완결성을 지향했다니 더욱 궁금해진다. ‘칠채’가 등장하기 전의 프리퀄 장면이 추가되는 등 전체적으로 좀 더 풍성한 구성으로 확장된 형태의 ‘가무악’을 통해 ‘칠채’라는 미지의 세계로 안내할 예정이란다. 거기서 우리는 또 한번 한국춤이 가보지 않은 미래를 목격하게 될 것 같다. 현대무용과의 경계가 흐려지는 추세에서 위협받고 있는 정통 한국무용의 존재 의의까지 새삼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국립무용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