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김금희 지음
곽명주 그림, 마음산책
단편보다 짧은 소설 19편에 담아
시선 섬세한 김금희 새 소설집
곽명주의 일러스트 곁들여
2010년대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어쩌면 모든 것인 우리들의 ‘마음’이다. 그만큼 상처 입기 쉬운 시절이어선지도 모른다. 김금희는 새로운 내면성이라고 할, 이 분야를 파고든 선두 주자.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 제목만으로도 이게 뭔 얘기야?, 호기심이 당기는 소설책들을 통해 알콩달콩 달콤쌉쌀한 우리들의 사는 모양새를 알뜰하게 그려 왔다.
이번 소설책은 단편소설보다 더 짧은 작품 모음집이다. 보통 200자 원고지 80쪽가량인 단편보다 훨씬 짧은 25쪽 안팎의 19편이 들어 있다. 가벼워진 몸무게는 장단점이 있을 게다. 짜임새는 허술할지 몰라도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우리 삶의 극적 장면들을 상대로 치고 빠지는 데는 더 유리한 것 같다.
그런 기동성으로 김금희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그리려 했나 보다.
가령 ‘류, 내가 아는 사람’은 “실패한 농담이 상대에게 주었을 모욕에 대해 밤길을 걸으며 사과하고 싶어 하던 사람”(91쪽)에 관한 이야기다. 학창 시절 전설 같은 일화를 숱하게 남겨 유명한 류 선배. 옛 스승의 장례식장 자리를 빌려 그야말로 오랜만에 나타나서는 받아들이기에 따라 택배 기사 비하로 느껴질 수 있는 행동을 한다. 택배 기사를 오빠로 둔 소설의 여성화자, 몇 잔 술김에 하극상 불만을 터뜨린다.
“택배가 뭐 어떻다고. 아, 얼척 없네.”
품위, 조신, 체면치레할 것 없이 솔직하게 청승맞은 속내를 드러내는 김금희 인물 특유의 유쾌함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어쨌든 화자의 이런 반응에 마음이 쓰인 류 선배가 밤길을 동행하며 사과했다는 이야기.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지나치게 순수하고 선량한 인간형인가? 어쩌면 숱한 상처와 좌절 끝에 지나치게 모질어진 우리 마음이 그런 인간을 비정상이라고 여기는 건지도 모른다.
김금희 소설은 마음산책 출판사의 효자 상품인 짧은 소설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다. 10만 부가 팔린 이기호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등 짧은 소설 선은 경박단소를 선호하는 요즘 독서 트렌드를 타고 순항 중이다. 이번 김금희 소설집은 곁들인 일러스트레이터 곽명주의 소설 삽화 때문에 책을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