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입장에선 탄력근로제 관련 합의를 얻어낸 것은 정치적 소득이라 할 만하다. 그동안 야당에서는 주52시간 제도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해 왔지만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해 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회동 후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는 데 대해 청와대가 입장을 수용해 줬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탈원전 정책의 속도조절과 관련된 내용을 합의문에 담은 것도 성과로 내세웠다. 다만 김성태 원내대표는 ‘탈원전 정책 재고’라는 표현을 원했지만, 문 대통령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기초로’라는 표현을 사용하자고 설득했다고 한다.
야권, 탈원전·고용 양보 얻었지만
고용세습 국정조사 접점 못 찾아
여야 충돌 불씨는 계속 남아
문 대통령, 김정은 환영 결의문 요청
“판문점선언 비준은 안 서두를 것”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선거제도 개편을 합의문에 담은 게 주된 성과다. 이들 정당은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여야가 협치의 첫 삽은 떴지만 주요 쟁점 사안에선 별다른 합의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가 강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특별재판부 설치는 합의문에서 아예 빠졌다. 공기업 고용세습 의혹은 합의문에는 포함됐지만, 쟁점인 국정조사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국회가 환영하는 내용이 담긴 결의문 채택을 바란다고 했지만, 한국당이 동의할 가능성은 작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의 국회 연설은 국립 현충원 헌화와 천안함 유족들에게 사과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특별재판부 설치 논란에 대해서도 김성태 원내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고용세습과 채용비리 국정조사를 덮는 수단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청와대와 여야가 협치의 모양새를 보여주기 위해 민감한 현안은 합의문에서 모두 빼버린 셈이다. 또 합의문도 원론적 표현이 많아 이날 회동에도 불구하고 여야 충돌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날 여·아·정 협의체는 당초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가까이 더 진행됐다. 오찬 메뉴로는 탕평채가 상에 올랐다. 청와대 관계자는 “영조 때 탕평책을 논하는 자리의 음식상에서 처음 나와 조화와 화합을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효성·성지원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