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되는 서비스산업…고령자와 로봇의 협업 일자리 뭘까

중앙일보

입력 2018.11.03 12:00

수정 2018.11.2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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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파이터치의 50+를 위한 경제학(4)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오픈한 로봇 카페 &#39;비트(b;eat)&#39;에서 로봇 바리스타 &#39;로빈&#39;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바리스타 로봇이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셔보면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예견한 &#39;노동의 종말&#39;이 현실화한 것 같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모습일까’ 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은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장면을 떠올린다. 실제로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북적이는 영화관에 위치한 로봇카페 ‘비트’에서 바리스타 로봇이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셔보면 세계적 경제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이 예견한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이 현실화한 것 같다.
 
로봇이 모든 업무를 하게 되면, 고령 근로자가 있을 곳은 어디일까. 한국 직장인의 평균 퇴직 연령은 50세 전후다. 100세 인생을 바라보는 오늘날 남은 삶 동안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현재 전세계 노동시장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일자리 자동화가 진행 중이다.
 
파이터치연구원이 2017년에 발표한 ‘제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 충격 보고서’에 따르면 50세 이상의 일자리가 자동화로 인해 향후 20년 내 가장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로봇 등장으로 다른 연령보다 정보통신기술이 부족하고, 자동화하기 쉬운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고령 근로자가 먼저 위협을 받을 것이다.
 
과연 미래에 사람은 로봇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국고용정보원 박가열 박사는 직업의 의미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의사’라는 직업은 환자를 진료하거나 수술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는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환자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영역은 사람인 의사에게 적합한 업무 능력이다. 의사의 역할이 ‘병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행위’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범위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로봇이 대체 가능한 직업은 전체의 5%

일자리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할 분야는 첨단기술과 관련된 분야일 것이다. 그러나 전문 기술적 경험이 없는 고령 근로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희망적인 소식은 로봇이 모든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은 전체의 5% 미만에 그친다. [중앙포토]

 
직관적으로 일자리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할 분야는 첨단기술과 관련된 분야일 것이다. 사실상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는 새로운 기술 교육과 직업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령층에게 어려울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전문 기술적 경험이 없는 고령 근로자에게는 빅데이터 전문가, 자율주행자 전문가, 핀테크 전문가 등은 현실성이 없는 직업이다.
 
희망적인 소식은 로봇이 모든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은 전체의 5% 미만에 그친다고 분석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공동 조사연구 결과다.대부분의 직업이 로봇으로는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복잡한 업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고용 관련 연구기관들의 보고서를 참고해 고령 근로자가 미래에 로봇과 협업할 수 있는 일자리를 분류해 보았다. 고령 근로자가 로봇에 의해 대체되기 보다는 협업할 수 있는 분야는 대인 서비스(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무형의 서비스)로 사회 서비스와 개인 서비스로 분류할 수 있다. 사회 서비스는 사회전체의 복지증진을 위해 사회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다. 개인 서비스는 개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공되는 서비스다.
 
우선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고령 근로자와 로봇이 어떻게 협업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첫째, 4차 산업혁명은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사회복지사는 경제적이나 심리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거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상자에게 접근해 그 문제를 파악해 해결 방안을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업무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 측면에서 좋다.
 
그러나 개인적 혹은 사회적 문제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대상자를 직접 만나 상담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심리·경제적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일은 사람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복지는 개개인의 복잡하고 방대한 삶의 영역에 관여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의사시험에 합격한 중국 인공지능 로봇 샤오이(小醫). 간호보조가 가능한 로봇이 나온다면 간병인 및 간호사의 육체적 업무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간병인은 환자와 상호교감함으로써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 준다. 이는 로봇에 의해 대체되기 어려운 영역이다. [연합뉴스]

 
둘째, 간병인 같은 직업도 로봇과 같이 일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 개발한 ‘노인 간호보조 로봇(KIRO-M5)’은 기저귀 센서를 활용해 환자의 기저귀 교환 시점을 알려주고, 실시간으로 병실에 있는 환자 모습을 영상으로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노인 간호보조 로봇’은 수시로 병실을 체크해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간병인 및 간호사의 육체적 업무 부담을 덜어준다.
 
평소에는 인공지능로봇이 환자의 바이탈을 체크하고, 이상한 신호가 감지되면 시스템을 통해 즉시 병원이나 시설에 알려 신속하게 대응한다. 그렇다면 간병인이 하는 영역은 무엇일까. 간병인은 환자와 상호교감함으로써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 준다. 환자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극도의 불안을 느껴 심할 경우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간병인의 역할은 오랜 인생경험을 통해 체득된 고령자가 적합하고, 로봇에 의해 대체되기 어려운 영역이다.
 
개인 서비스 분야에서 고령 근로자와 로봇이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업무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서비스업 중 가사서비스 분야의 베이비시터를 예로 들어보자. 베이비시터가 가사 업무로 바빠 아이에게 집중할 수 없을 때, 일본의 나가이 다카유키 교수가 개발한 육아로봇 ‘치카로’가 대신 아이와 대화를 하거나 자장가를 불러주며 시터의 육아업무를 보조 할 수 있다.
 
그러나 로봇은 엄마와 같은 사랑을 아이에게 주는 것이 불가능하고, 육아에서 필요로 하는 섬세함이나 깊은 이해가 없다. 보육은 아이의 마인드를 형성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로봇으로 대체될 수 없는 영역이다. 특히 고령 근로자는 이미 자녀와 손자를 키워본 경험이 있어 아이에게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려동물 돌보미 서비스도 협업 대상
둘째, 1인 가구와 반려동물을 보유하는 가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주인이 출장이나 여행 등으로 부득이하게 집을 비울 경우 가정을 방문해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서비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은 주인과 장시간 떨어져 있게 되면 분리불안에 시달리기 쉽다.
 
반려동물 돌보미가 대리 반려인 역할을 해 산책도 해주고 함께 놀아주어 반려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도와줄 수 있다. 주인은 스마트폰과 홈카메라를 연동해 반려동물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주인은 안심하고 여행과 출장에 집중하게 된다.
 

고령 근로자와 로봇의 협업 분야. [자료 (재)파이터치연구원]

 
고령 근로자는 대부분 단순노무 노동을 해 로봇으로 쉽게 대체가 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고령 근로자와 로봇은 상호 공존하면서 협업을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혁신을 고려할 때 고령 근로자와 로봇이 상호 협업할 수 있는 분야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마지현 파이터치연구원 dodryd@pi-tou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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