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1억뷰' 16세 가수 렉시 워커 "부모님은 노래 잘 못 부르셔요"

중앙일보

입력 2018.10.22 07:00

수정 2018.10.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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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렉시 워커(16)는 ‘1억회 뷰’를 기록한 스타 가수다. 올해 16세인 워커는 이미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했다. 지난 6월에는 방한해 서울에서 공연도 했다. 11일 미국 유타주의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워커를 인터뷰했다. 어머니와 함께 인터뷰 장소에 나온 워커는 무척 쾌활했다.  
 
-처음 노래를 하게 된 계기는. 
 

11살 때였다. 학교에서 노래 콘테스트가 있었다. 미국 국가를 부르는 교내 대회였다. 그냥 샤워를 하다 흥얼거리며 노래 연습을 했다. 그렇게 노래를 녹화해서 제출했더니 우승을 했다. 그게 계기가 됐다.”

 
-우승한 다음에는.
 

우승자에게 상이 있었다. 솔트레이크 시티의 축구 경기장에서 미국 국가를 불러야 했다. 축구 경기 직전에 말이다.”

 
워커는 축구 경기장에서 미국 국가를 불렀다. 다음날 그의 집 전화기에 불이 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라며 사람들이 난리였다. 알고 보니 11살짜리 소녀가 축구장에서 국가를 부르는 동영상을 누군가 유튜브에 올렸고, 그게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  
그날 이후 워커는 바빠졌다. 미국TV의 아침방송에도 출연하고, 인터뷰 요청도 쇄도했다. “제게 이런 기회가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영화 ‘겨울왕국’의 주제가 ‘렛 잇 고(Let it go)’는 어떻게 부르게 됐나.


1년 뒤에 알렉스 보이가 출연하는 뮤직비디오에서 같이 노래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그게 유튜브에서 약 1억뷰를 기록했다. 그랬더니 더 많은 기회가 생기더라. 전세계에서 공연도 했다. 축구 경기장에서 노래를 하기 전에는, 학교의 작은 행사에서 노래한 게 전부였다.”

 
-많은 청중 앞에서 노래하는 게 떨리지 않았나.
 

제가 너무 흥분돼서, 두렵고 떨린다는 자체를 잊어버렸다. 한 번은 아빠가 ‘고음 처리를 잘하면 100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저는 연습했고, 고음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 그 다음부터 제게 변화가 생겼다. 지금껏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자신감이 생기더라.”  

 
-자신이 ‘용기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나.
 

무대 위에 올라가 노래하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떨리는 걸 극복해야 한다. 저도 항상 잘하는 건 아니다. 떨릴 때도 많다. 실패할 때도 있었다. 무대에 오를 때는 늘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극복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긴장감이 나를 더 성장하게 하더라.”

 
-학교 친구들은 ‘유튜브 스타’를 어떻게 대하나.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축구를 하듯이,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할 뿐이다. 중학생 때는 제게 짓궂게 구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데 방송국 카메라가 학교에 찾아와 저를 인터뷰하는 걸 본 다음부터 바뀌더라. ‘쟤는 내 베스트 프렌드야’라며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제가 유명해지는 것과 상관없이 저를 보통 사람으로, 평범하게 대해주는 멋지고 훌륭한 친구들도 있다.”

 
-사람들이 왜 당신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보나.  
 

(웃으며) 모르겠다. 생각은 해봤는데 그건 제가 알 길이 없더라. 단지 누군가의 노래를 들으며 뭔가 공유하고 싶을 때 우리는 끌리지 않나. 나는 그게 ‘노래의 중력’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투명하고, 정직하고, 진실되게 노래를 부를 때 중력처럼 당기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렉시 워커가 내한 공연을 할 때 한국인 여학생이 청중석에서 질문을 던졌다. “나는 요즘 외모에 관심이 많다. 어떡하면 당신처럼 예뻐질 수 있나?” 그 물음에 워커는 카메라맨을 바라보며 답했다. “카메라를 제 눈 쪽으로 바짝 대주세요. 보이세요? 제 눈 밑에도 이런 주름이 있다. 이건 외적인 모습이다. 세계를 다니며 여행하고 공연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우리에게 외적인 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다. 그건 결국 시들게 마련이다. 정말 중요한 건 내적인 아름다움(Inner beauty)이다. 나는 외적인 면보다 내적인 면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내적인 미는 어떻게 가꿀 수 있나.  
 

간단하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게 뭔지, 더 관심을 가지려 노력한다. 그럼 더 친절하고, 더 배려할 수 있다. 그럴 때 내적인 아름다움도 자란다. 어떤 사람은 소셜 미디어에서 완벽함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건 다 가짜다. 진짜가 아니다. 만들어진 아름다움이다. 저는 ‘외적인 미’보다 ‘내적인 미’가 더 아름답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렉시 워커는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 회원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는 집에서 성경을 읽고, 메시지를 묵상하고, 가족과 토론하는 일에 익숙하다. 요즘도 매일 기도하고, 성경을 읽는다. “저는 여기서 하루 종일 생활하는데 필요한 영감을 얻는다. 또 에너지와 평화도 얻는다. 물론 이런 것들이 꼭 종교적일 필요는 없다. 그래도 마음의 평화는 중요하다. 상대방에게 평화를 주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먼저 평화 속에 있어야 하니까.”
 
워커의 할머니는 음악 전공자다. 오랫동안 성악을 했고, 합창단 지휘도 했다. “제가 2살 때 캘리포니아의 할머니 집에 가서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럼 할머니는 ‘너는 커서 훌륭한 가수가 될 거야’라며 ‘허리는 쭉 펴!’‘턱을 더 당겨!’라는 식으로 노래를 가르쳐 주셨다. 부모님은 노래를 못 부른다. 음악적 재능은 할머니를 닮았다.”    
 
-좋아하는 노래의 장르가 있나.
 

거의 다 좋아한다. 디즈니 주제가는 물론이고 팝과 재즈도 좋아한다. 컨트리 음악도 최근 좋아하게 됐다. 그런데 헤비메탈 록음악은 제 스타일이 아니다. (웃으며) 막 시끄럽게 하는 건 공포영화에 나오는 것 같아서.”

 
-어깨가 노출되는 옷은 입지 않는다. 단정한 옷차림의 이유는.
 

그냥 수수하고 단정하게 입으려 한다. 저는 이제 16살이다. 제가 그렇게 섹시하게 보일 필요는 없지 않나. 소매의 길이가 어디까지 와야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저는 다만 교회의 가르침에 순종하려 한다.”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는 단정한 옷차림을 강조한다. 여성에게도 소매 없이 어깨가 드러나는 옷을 권장하지 않는다.  
 
-왜 순종하고자 하나.
 

때로는 내가 왜 거기에 순종해야 하는지 모를 때도 있다. 그럼에도 거기에는 ‘이유’나 ‘이치’가 있다고 본다. 그건 나중에 내가 깨닫게 되리라 본다.”

 
-좋아하는 과목은 뭔가.  
 

영어, 예술, 역사, 고전 과목이다. 역사를 통해서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흥미롭다. 그들은 진짜 살았던 사람들이니까.”

 
-가수로서의 꿈은.
 

나중에 브로드웨이나 할리우드에서도 일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노래를 통해 저의 메시지를 전하고,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는 일이다. 저는 노래를 통해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

 
솔트레이크 시티=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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