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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의 현문우답] 처녀의 몸으로 어떻게 아이를 낳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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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출생은 파격이었다.
마리아가 처녀의 몸으로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예수 당대에 결혼이란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었다.
결혼 상대자도 대부분 부모가 결정했다.
가문의 명예는 목숨과 바꿀 만큼 중요했다.
혼전 처녀가 임신을 한다면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유대인들이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죽이려 하자 예수가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고 말한다. [중앙포토]

유대인들이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죽이려 하자 예수가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고 말한다. [중앙포토]

성경에는 간음한 여자를 사람들이 돌로 쳐 죽이는 대목이 나온다.
혼전 임신도 마찬가지다.
고대 유대사회에서 집안의 남성들은 혼전 임신한 여성을 돌로 쳐 죽이는 게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러니 마리아는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수태고지(受胎告知)는 마리아에게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천만한 사건’이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천사는 이렇게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작품 '수태고지'.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마리아의 얼굴이 무척 앳되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작품 '수태고지'.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마리아의 얼굴이 무척 앳되다.

첫 마디가 그랬다. “두려워하지 마라.”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1818~1882)의 그림 ‘수태고지’에서는 두려워하는 마리아가 여실히 보인다.
침대에 앉은 마리아는 천사의 ‘수태 통보’를 듣고 벽 쪽으로 몸을 움츠린다.
천사가 건네는 백합의 꽃말은 ‘순결과 신성(神性)’이다.
신성은 ‘신의 속성’을 뜻한다.
마리아는 그걸 선뜻 받지 못한다.
두 손은 바닥에 떨어져 있다.
꽃을 받은 뒤에 자신에게 몰아칠 ‘운명의 폭풍’을 직감적으로 본 것이다.

그림 속 마리아의 얼굴은 무척 앳되다.
마리아는 당시 몇 살이었까. 그런 운명을 감당할만한 나이나 됐을까.
성서에는 그에 대한 기록이 없다.
마리아가 몇 살인지, 예수와 몇 살 차이인지 아무런 기록이 없다.
나는 당시 풍습을 찾아봤다. 추정은 가능하다.
마리아는 요셉과 약혼한 상태였다. 양가에서 결혼을 승낙하고, 예식을 준비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니 마리아는 결혼적령기였을 터이다.
당시 갈릴리 지방에서 여성은 첫 월경을 하는 나이가 되면 시집을 갔다고 한다.
그게 열서너 살이다.
그때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지금보다 훨씬 짧았다.
의술도 발달하지 않았으니 출산 도중 목숨을 잃는 여성도 많았을 터이다.
여성의 출가 연령도 낮았다.
그럼에도 열서너 살이면 아직 어리지 않았을까.
성령에 의해 임신이 되는 ‘초월적 사건’을 목숨을 걸고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리지 않았을까.

이탈리아 화가 프라 안젤리코(1395~1455)의 작품 '수태고지'.

이탈리아 화가 프라 안젤리코(1395~1455)의 작품 '수태고지'.

천사 가브리엘은 아이의 이름까지 불러주었다.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Jesus)라 해라.”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예수’는 그만큼 흔한 이름이었다.
로마 시대의 유대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37?~100?)는 『유대 전쟁사』에서 “당시 ‘예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다”고 기록했다.
‘예수’는 ‘하느님은 구원이시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따진다.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낳았다는 일화는 사실인가, 아닌가.
그걸 따진다.
이게 생물학적으로, 과학적으로,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그걸 따진다.
그런데 ‘동정녀 마리아’에는 더 큰 비밀이 숨어 있다.
그건 바로 ‘예수의 정체’다.
예수가 어디에서 왔는가하는 뿌리다.

헨리 오사와 타너(1859~1937)의 작품 '수태고지'. 마리아에게 수태를 일러주는 천사가 빛으로 표현돼 있다.

헨리 오사와 타너(1859~1937)의 작품 '수태고지'. 마리아에게 수태를 일러주는 천사가 빛으로 표현돼 있다.

‘동정녀’는 순결을 상징한다.
때묻지 않음이다.
예수는 ‘때묻지 않은 곳’에서 이 땅으로 왔다.
그곳이 어디일까.
단 한 올의 ‘때’도 묻을 수 없는 곳.
그렇다. 신의 속성이다.

예수는 그 자리에서 왔고,
그 자리에 머물렀고,
우리에게 끊임없이 그 자리로 들어오라고 했다.

“내가 너희 안에 거하듯
너희가 내 안에 거하라.”

그러니 우리가 돌아갈 곳은 ‘신의 속성’이다.
예수의 고향이 바로 우리가 돌아갈 고향이다.
그렇게 예수의 속성과 나의 속성이 통할 때,
신의 속성이 드러난다.

‘하느님 나라’가 드러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작품 '수태고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작품 '수태고지'.

종교를 갖지 않아도 궁금했던 물음들.

교회에 가서 물어보면 혼만 났던 물음들.

“너의 믿음이 약해서 그렇다. 같이 기도하자”는 답만 돌아왔던 물음들.

그런 금지된 물음들.

이번 주 ‘리궁수다’에서 마구 던져봅니다.
J팟 팟케스트 ‘백성호의 리궁수다

이번 주 주제는 ‘[금지된 질문들1] 처녀의 몸으로 어떻게 아이를 낳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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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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