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요정 김혜준의 빵투어: 서울 삼성동 ‘플랑플랑’
11월 1일이면 이곳이 벌써 3주년을 맞이한다. 워낙 빠르게 흘러가는 국내 제과제빵 산업의 흐름과 유행에도 불구하고, 플랑플랑이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 그대로, 달팽이처럼 천천히 느린 속도지만 그 안에 쏟아 붓는 정성과 노력으로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
▶플랑플랑
서울 강남구 선릉로 112길 87
02-542-1020
11:00-19:30, 일요일은 19:00까지
생산과 운영에 있어 두 창업자의 역할이 정확하게 나눠져 있지는 않다. 그저 제품의 균질성과 서비스 품질을 유지한다는 목표만 공유하고, 두 사람 중 한 명의 공백이 생겨도 눈치채지 못할만큼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플랑플랑은 여느 디저트 매장들과는 사뭇 다른 메뉴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 오픈 했을 무렵 구현하고 싶었던 제품과 실제 발걸음을 하는 손님들이 원하는 제품과는 큰 차이가 있었단다. 이때부터 소비자가 원하는 메뉴들로 맞춰 재구성을 해야 할지, 나만의 장기를 꿋꿋이 내세워야 할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결국 100% 타협보다는 변용으로 노선을 잡았다. 일본식 제과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인들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한국식 케이크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두었다. 국내산 생크림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 하면서, 유지방율이 높되 식감이 가벼운 업장용 전용 생크림을 사용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또 직접 끓인 커스터드 크림과 캐러멜 소스를 쓰는 것도 플랑플랑만의 고유함을 살려주는 무기다.
처음 오는 손님이라면 밀크레이프를 먼저 맛보라 하겠다. 일반 베이커리에서 흔치 않은 디저트인데 오렌지·키위·딸기 3가지 과일이 크레이프 사이사이에 적당히 들어가 맛을 뽐낸다. 계절 과일의 당도와 산미 등에 따라 조정을 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세 가지 과일의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메뉴다.
이곳의 커피는 프릳츠 커피 컴퍼니의 원두를, 티는 스미스티, 마리아주 프레르, 루피시아를 사용한다. 오픈 무렵 1년 정도 수많은 커피 브랜드들의 원두들을 테이스팅 했고, 최종적으로 프릳츠커피컴퍼니의 김도현 로스터와 직접 상담 후 그가 추천해 준 올드독으로 낙점했다고 한다.
딸기 쇼트 케이크부터 버터향을 품은 구움과자류, 파운드 케이크, 휘낭시에까지 플랑플랑의 디저트들을 맛보는 건 마치 한 개 한 개가 정성껏 포장돼 있는 선물상자를 열어보는 기분이다. 3년이란 시간 동안 한 자리에서 만들어온 노력이 앞으로의 새로운 도약으로 높이 뛰어오를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