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창간 53주년 특집 - 평양·평양사람들 <6>
“한 달 월급으로 담배 한 보루도 못산다고요? 그건 북한 임금 구조를 잘 몰라서 하는 얘깁니다.”
‘근로자 평균 월급이 4000원(이하 북한 원ㆍ국돈)인데, 담배 한 보루나 캐비어(철갑상어 알) 한 통에 5000원이면 어떻게 생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북한 경제정책 분야에 종사했던 고위 탈북자 A씨의 답이다. 그는 북한 근로자들이 기본급 이외에 수령하는 가급금(加給金, 각종수당)과, 시장 등에서의 추가 경제 활동에 비밀을 푸는 열쇠가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총수령액)은 생활비(월급ㆍ기본급)와 장려금(인센티브), 목표를 달성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지급하는 ‘상금’으로 구성돼 있다”며 “한국에 와보니 북한 근로자들의 기본급만 가지고 얘기를 하는데 북한 근로자들의 수익은 생활비보다 가급금이 훨씬 많은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가급금이 20여 가지나 됐지만 지금은 장려금과 상금으로 가급금 항목을 축소했고, 오히려 액수는 늘었다”며 “생활비(기본급)는 직업별로 공통된 기준을 정하고 있지만, 가급금은 한도가 없고 공장 등 지급 단위마다 다르다”고 덧붙였다.
북 근로자들 기본급의 4배 수당
식료품 공장은 수당만 월 39만원
값비싼 기호품 사려고 투잡까지
경제 정책 분야에 종사했던 다른 탈북자 B씨는 “과거 천편일률적이었던 임금구조가 공장이나 기업소마다 차이가 생겼다”며 “최근 주민들의 소비가 많아 경영상황이 좋은 일부 식료품 공장의 근로자들은 월 40만원을 손에 쥐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기본급 5000원에 가급금이 39만 5000원이라는 얘기다. B씨는 “광산이나 제철소의 평균 월급은 10만~30만원, 혜산신발공장은 3만원”이라며 “공장별로 임금이 천차만별이고, 공장이 잘 돌아가는 곳에선 부업을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교원들은 과외를 하고, 달러가 있는 주민들은 시장에 나가 환치기를 하는 식으로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가욋돈을 번다. 공식 환율은 1달러에 100원 안팎인 반면, 암시장에선 8300원 정도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달러를 들고 시장에 나가 ‘국돈’으로 바꾼 뒤 생필품 등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사무원들은 본연의 직업 이외에 별도의 직업을 구해 일을 하는 등 이중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대거 등장했고, 당국은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한다.
◆특별취재팀=정용수·권유진·김지아 기자 nkys@joongang.co.kr
◆도움말 주신 분=김보미·김일기·이상근·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사(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