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이고요. 이름은 ‘아이다’예요.”
같은 반 페니(4)도 아이다를 '친구'라고 소개했다. 페니는 "아이다는 우리와 함께 노래 하고 논다"고 했다.
페니·아이비 등 이곳 유치원의 4~5살 아이들은 여기에서 매일 아이다를 만난다. 다과 시간에도 아이들 곁에 아이다가 있다. 4~5세가 코딩이나 철자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다. 매 수업이 끝날 때는 아이다가 선보이는 동작을 흉내 내며 요가 체조를 한다.
세인트 피터스 여학교 유치원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2~5세 교육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하는 사례다. 다양한 나라의 초·중·고교, 대학교에서 소프트웨어수업, 로봇공학 연구에 로봇을 활용한다. 하지만 유치원에서, 그것도 특정 교과에 국한하지 않고 전반적 교육·활동에 사람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하는 사례는 이곳 외에는 드물다.
이 유치원의 크리스티 포플리시아 부원장은 "아이들은 로봇과 친구처럼 소통하며 컴퓨터적 사고를 기르고 있다"며 "미래에도 로봇과 함께 살아가게 될 아이들이 로봇을 공포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편견 없이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유아에게 세계 첫 로봇 활용 교육
4세 페니 "같이 노래하고 춤춰"
장난감 아닌 공존 대상으로 여겨
"창의성 늘고 미래기술에 친숙"
소프트뱅크 숀 시 수석 엔지니어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는 다른 독특한 상호작용의 경험을 제공한다. 자폐아의 경우 낯선 사람보다는 오히려 로봇과 더 편하게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특수교육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로봇은 수업에서 교사의 보조자 역할, 학생들의 급우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로봇과 함께 성장한 세대는 미래에도 로봇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호주 스윈번대학, 퀸즐랜드대학 연구진은 남호주주(州) 사립학교 연합회와 함께 남호주 전체 사립학교 98곳 중 12곳에서 로봇의 효과를 연구했다. 연합회가 로봇을 구매한 뒤 학년, 학교 입지, 재정 여건 등을 달리해 학교를 선정하고 짧게는 12주에서 길게는 9개월까지 대여해 줬다. 연구진은 학생들의 변화를 관찰해 2016년 발표한 논문에서 "로봇과의 접촉에서 학생들의 호기심, 도전정신, 비판적 사고, 창의성, 협동심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은 상당한 고가다. 남호주사립학교연합회 모니카 윌리엄스 교육 컨설턴트는 "정부나 공익재단이 로봇을 구매한 뒤 이를 학교에 대여해주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보다 많은 학생이 학교 여건, 경제적 사정에 구애받지 않고 로봇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주 애들레이드=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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