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안내 빅데이터 분석 <하> 한국인 일상
이 씨의 주말 이동 경로는 내비게이션 빅데이터가 보여주는 사람들의 이동 경로와 대체로 일치한다. 별다른 교통 유발 요인이 없었던 지난 4월 1일~28일 4주간 카카오내비 길안내 건수를 종합해 요일별 주요 업종(57개)의 피크 타임을 추출한 결과 토요일에만 39개 업종(68.4%)의 피크타임이 몰렸다. 주로 놀이시설·아쿠아리움 등 여가와 관련된 장소다. 천승훈 한국 교통연구원 교통빅데이터플랫폼구축팀장은 “주중에는 차를 쓰지 않다 ‘놀토’(노는 토요일)에 가족들과 함께 이동할 때 차를 쓰거나, 평상시 가지 않았던 새로운 곳에 가느라 내비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진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내비 4주간 업종별 피크타임
토요일 오전 ‘학교’ 안내 주간 최다
아이의 놀토 방과 후 수업 동행
오전 10시 골프장·병원 방문 급증
일요일엔 종교시설·백화점 찾아
장례식장은 월요일 오후 6시 많아
오전 9시에는 고속도로 휴게소, 10시에는 골프장과 의료시설을 찾는 이들이 급증한다. 오후가 되면 내비게이션에는 공연장·박물관·스포츠시설 등 가족 단위 또는 연인들끼리 함께 시간을 보낼 장소에 대한 길안내가 몰린다. 특히 오후 3시는 전 시간대에서 가장 많은 8개 업종이 정점을 찍었다. PC방·공원·시장·영화관·찜질방 등이다. 오후 4시에는 대형마트, 6시에는 음식점과 주점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다. 오후 9시 노래방을 끝으로 ‘놀토’는 마무리된다.
두번째로 많은 업종의 피크타임이 몰린 때는 일요일이었다. 총 9개 업종으로 교회·성당 등 종교 시설, 묘지·납골당, 동물원, 농장, 백화점, 가구점 등이다. 생활시간 분석 전문가인 주익현 성균관대 박사후연구원은 “통근을 제외한 이동시간을 측정해보면 토요일(78.1분)의 이동시간이 평일(63.9분)이나 일요일(76.2분)보다 길다”며 “주 5일제가 정착된 뒤 토요일에는 집밖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평일에는 특정 업종에 대한 길안내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월요일은 오전 7시 기업체를 목적지로 설정하고 운행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출근길 정체가 가장 심한 월요일인만큼 막히지 않은 길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후 6시에는 장례식장에 대한 길 안내가 일주일 중 가장 많았다. 주말 사이 장례식에 가야될 일이 생길 경우 월요일에 가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피크타임과 다른 시간대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월요일 오후 6시를 100이라고 하면 화요일 오후 6시(2위)는 99.5, 수요일 오후 6시(3위)는 98.9로 조사됐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의 한 주차안내요원은 “월요일이 특히 붐비지는 않는다”며 “통상 평일 저녁 7시 이후에 조문객이 몰린다”고 말했다.
수요일 오후 6시에는 골프연습장 길안내 건수가 치솟았다. 주말 골퍼인 직장인 한모 씨는 “대기업의 경우 수요일마다 가족과 함께 하라며 퇴근을 일찍 하게 하는 행사가 많은데 그 시간을 이용해 골프 연습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 밖에 은행 등 금융기관(오후 2시), 공공기관(오후 4시), 공항(오후 5시)은 금요일에 피크타임을 기록했다.
탐사보도팀=임장혁·박민제·이유정 기자
김나윤 인턴(성신여대 화학4) deep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