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반순직이 인정된 강연희(51·여) 소방경의 남편 최태성(52) 소방위의 말이다. 전북 익산소방서 소속 구급대원인 강 소방경은 자신이 구한 취객에게 폭언과 함께 구타를 당한 지 한 달 만에 숨졌다. 두 사람은 부부 소방관이었다. 슬하에 초등학교 6학년과 고교 1학년인 두 아들을 뒀다.
강연희 소방경 유골, 군산 추모관 안치
일반순직 인정돼 '공무상 사망' 인정
국립묘지 안장되려면 '위험순직' 돼야
소방공무원, 순직자보다 자살자 많아
최 소방위는 1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지난달 30일 가결한 '순직유족보상금 결정통보서'를 최근 우편으로 받았다"고 했다. 공무원연금급여심의위원회의가 심의를 거쳐 강 소방경의 죽음을 '공무상 재해'로 인정한 것이다. 전북소방본부가 "직무를 다하다 목숨을 잃은 강씨에 대해 순직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힌 지 넉 달 만이다.
화재진압대원인 최 소방위는 지난 15일 김제소방서 교동119안전센터로 복귀했다. 지난 7월 말 병가를 낸 지 50일 만이다. 소방관 동료들에게는 내색하지 않지만, 그는 "여전히 아내가 꿈에 나타난다"고 했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혼자 있으면 '어떡하다 이렇게 됐을까' 괴롭고 더 그립다"고 했다.
최 소방위는 여름방학 동안 두 아들과 주로 시간을 보냈다. 축구 선수인 작은아들이 떠난 전지 훈련에 큰아들을 데려 가기도 했다. 그가 '엄마가 생각 나냐'고 물으면 두 아들은 "그럼 안 나냐"고 되묻는다. 두 아들은 소방관인 부모를 자랑스러워했다. 현재 강 소방경의 유골은 군산에 있는 한 추모관에 안치돼 있다.
일반순직은 공무원연금공단, 위험직무순직은 인사혁신처에서 심사한다. 행정직 공무원이 출·퇴근하다 교통사고로 숨져도 일반순직이지만, 위험직무순직은 소방공무원·경찰·군인·교도관 등 위험한 직군에 한해 인정된다.
'순직유족보상금'이 결정됐다는 건 일단 강 소방경의 사망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됐다는 의미다. 순직유족보상금이란 공무원이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재직 중 사망했을 때 유족에게 주는 보상금을 말한다. 지급액은 공무원이 사망한 날이 속하는 달의 기준 소득 월액(월급)의 23.4배다.
소방공무원들은 일상적으로 위험한 직무를 수행하지만, 스트레스·우울증·불면증 등을 앓아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인 질병이나 건강 관리 문제로 치부돼 왔다. 강 소방경의 직속 상관이던 정은애 익산소방서 인화119안전센터장(소방경)은 "몸에 난 외상(外傷) 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숨져 순직이 인정된 건 강 소방경이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정신적 외상)를 경험한 뒤 나타나는 심리적 반응을 일컫는다.
당초 "강 소방경이 숨지고, 사회적 이슈가 안 됐다면 순직 인정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정 센터장은 "소방관들은 아주 큰 상처가 아니면 스트레스 때문에 쓰러졌더라도 공무상 재해 신청은커녕 외부에 밝히길 꺼린다"고 했다. 그는 "강 소방경의 사례가 이런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방공무원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건 오래됐다. 순직자보다 자살자가 더 많다는 통계도 있다.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의 '소방관 자살 현황 및 순직자 현황'에 따르면 2010년~2014년 5년간 자살한 소방관(35명)이 순직한 소방관(33명)보다 많았다. 자살 원인 중 과반인 19건(54%)이 우울증 등 신변 비관, 가정 불화가 10건(29%)이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 지는 소방공무원들이 정작 본인들의 정신 건강은 챙기지 못하고, 국가도 이를 외면하는 것이다.
소방공무원들은 강 소방경의 위험직무순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 소방경이 구급 임무를 다하다 희생됐다는 사실이 온전히 인정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정 센터장은 "소방관들은 일상적으로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 있는 일을 한다"며 "공무상 재해를 폭넓게 인정해 준다면 소방관들이 현장에 나갈 때 위험을 각오하고 더 많은 인명과 재산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