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9일 이번 백두산 일정에 대해 “평양에 와서 제안을 받은 것”이라며 “(제안을 해온 것은) 어제 오늘(18~19일) 사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전격 제안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러나 관련 작업을 그전부터 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8일 백두산 일대 대규모 도로 정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백두산 방문 가능성을 제기했다.
남북 정상 백두산 등반 이벤트
김 위원장, 핵실험·평창 참가
중대 결정 때마다 방문한 곳
등정 뒤 삼지연서 바로 서울로
김 위원장이 결단의 순간을 전후해 백두산과 삼지연 일대를 찾은 것은 2013년과 2016년이 대표적이다. 2013년엔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을 앞두고, 2016년엔 5차 핵실험을 한 직후 백두산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8일께엔 영하 26도의 엄동설한에 백두산을 찾았는데, 약 3주 후엔 신년사를 통해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며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김 위원장은 또 백두산과 삼지연 일대 경제 개발을 주요 역점 사업으로 삼고 애정을 쏟고 있다. 지난 8월엔 삼지연군 건설현장을 직접 찾아 현지지도를 하면서 “혁명의 고향집이 자리 잡은 삼지연군을 희한한 신간 문화도시로 훌륭히 꾸려야 한다”며 “천지개벽의 불바람이 세차게 일어 번지고 있다”고 독려했다. 김 위원장에겐 자신의 경제개발 의지도 강조할 수 있는 일석이조 일정인 셈이다.
문 대통령도 오랜 기간 백두산 등정을 소원해 왔다.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문 대통령은 “내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기자들에게 “북측에서 (문 대통령의) 바람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제안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