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연 공연 보고 목란관서 만찬 … 하루 8시간 함께 보낸 남북 정상

중앙일보

입력 2018.09.19 00:08

수정 2018.09.19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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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방문 첫날인 18일 하루 동안 모두 8시간가량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보냈다. 환영행사(오전 10시~낮 12시)와 정상회담(오후 3시45분~5시45분), 환영 공연 관람(오후 6시30분~8시)과 만찬(오후 8시30분~10시53분) 등 네 차례에 걸쳐 만난 두 정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돈독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정상회담이 예정시간인 90분을 넘겨 2시간 동안 진행되면서 이후 일정도 늦어졌는데,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은 “시간이 좀 늦어지고 있지만 뭐 더 오래오래 보면 되는 거지요”라고 농담을 던졌다. 정상회담 다음 일정인 예술공연이 열리는 평양대극장에서 문 대통령을 기다리면서 남측 공식수행단을 향해서다. 문 대통령도 공연 중간에 김 위원장에게 귓속말로 질문을 하는 등 더욱 가까워진 모습을 과시했다.

미 RFA “삼지연에 비상경비태세”
두 정상 백두산 방문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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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공연 무대엔 지난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서울·강릉 공연을 통해 남측에도 익숙한 삼지연관현악단이 올랐다. 김 위원장은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이 악단을 직접 조직해 남북 문화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 활용했다. 악단을 이끄는 현송월 단장은 지난 1월 공연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서울·강릉을 방문하면서 문 대통령 집권 후 방남한 첫 북한 주요 인사로 기록됐다.
 
이날 공연 내용에서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배려한 흔적이 드러났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같은 남측 노래와 함께 일부 공연에서는 남측 드라마의 장면을 배경화면으로 사용했다. 4·27 남북 정상회담과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단일팀 등의 장면도 배경화면에 등장했다.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은 공연 후엔 평양대극장 인근 창광거리에 있는 국빈용 연회장인 목란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목란관은 문 대통령에게도 뜻깊은 곳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10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공식 환영만찬이 진행됐던 곳이다. 2007년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찬을 주재했지만 이번엔 김정은 위원장 본인이 만찬으로 대접해 격을 높였다. 목란관의 이름은 북한의 국화인 목란에서 따왔으며 건물 연면적이 1만6500㎡(약 5000평)에 달한다. 벽·천장·바닥이 모두 흰색이 특징인 육각형 홀로 설계됐다. 북한은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같은해 8월 방북한 남측 언론사 사장단 등을 위해서도 이곳에서 연회를 마련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화성-14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을 위한 축하연도 이곳에서 열었다.


양 정상이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면서 당초 예정에 없던 백두산 인근 양강도 삼지연을 함께 방문할지도 모른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8일 일본 매체를 인용해 “북한 양강도 혜산에서 삼지연 구간까지 대규모 도로 정비작업이 이뤄지고 일대가 비상경비태세에 들어갔다”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백두산에 오를 가능성을 제기했다. 삼지연은 북한이 이른바 김일성·김정일 일가의 ‘백두혈통’의 발상지로 신성시하는 곳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마지막 날인) 사흘째의 양 정상 간 친교 행사 일정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 일정은 북한에서 정하는 거라 특정하기 어렵다”며 “일정이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