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물고기 놓고 바다 위 전쟁
인구는 늘고 어획량은 감소하는데 물고기엔 국적이 없고…. 세계 곳곳의 어장에서 다툼이 일어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겁니다. 과거에도 물고기를 둘러싼 바다 위의 육탄전이 종종 벌어졌는데요. [알쓸신세-알고 보면 쓸모 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에서 들려드립니다.
아이슬란드, 영국 상대 ‘대구 전쟁’ 3전 3승
캐나다-스페인, 일촉즉발 이유는 ‘가자미’
약소국 아이슬란드, 영국에 덤볐다?
피시앤드칩스. 음식 불모지로 악명 높은 영국에서도 나름 맛을 인정받는 대표 메뉴죠. 이 생선튀김의 주재료는 대구인데요, 소비량이 세계 대구 어획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대구를 많이 먹는 나라가 영국입니다. 이런 영국이 아이슬란드 바다까지 넘어가 대구잡이에 나선 탓에 양국 간 무력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1958년부터 1976년까지 세 차례에 걸친 이른바 ‘대구 전쟁’ 입니다.
이때 순순히 물러서지 않고 유일하게 버틴 나라가 있었으니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어선을 가지고 있던 영국입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슬란드 앞마당에서 조업을 계속하던 영국은 자국의 트롤선을 보호하기 위해 수십 척의 전함까지 투입했죠.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강한 해군 전력을 자랑하던 시절입니다. 아이슬란드의 전력은 고작 경비정 6척과 경비대원 100명이 전부였다고 하죠. 1차 전쟁은 영국이 한발 물러서면서 그럭저럭 마무리됐는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영국이 특정 지역에서 연간 13만t 한도 내로만 조업하는 조건을 달아 양국 간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는데요. 2년간만 유효한 협정이었던 탓에 1975년 11월 3차 전쟁이 일어나고 맙니다. 이때 양국의 갈등은 국민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져 아이슬란드 대학생들이 영국 대사관을 습격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고 하죠. 결국 미국과 나토가 중재에 나섰고, 아이슬란드는 원하는 대로 200해리까지 EEZ를 확대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약소국이던 아이슬란드가 영국과 붙어 3전 3승을 거둔 싸움이었죠. 왕실 해군까지 동원한 영국으로선 체면을 구긴 꼴이 됐고요. 타격을 받은 영국에선 당시 어부와 어업관계자 등 1만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가자미 전쟁’ 이끈 캐나다의 ‘터보네이터’ 장관은 누구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1995년 당시 캐나다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브라이언 토빈은 EEZ 바로 외곽의 그랜드 뱅크 어장을 사수하기 위해 강경한 대응을 지시합니다. 캐나다 순시정은 도주하는 스페인 트롤 어선 ‘에스타이호’의 뱃머리에 기관총탄을 퍼붓고 결국 어선을 나포했는데요. 선원들은 캐나다 세인트존스 항구까지 끌려가 전원 체포됩니다. 캐나다와 스페인 간 ‘가자미 전쟁’의 시작이었죠.
캐나다 뉴펀들랜드 동남쪽에 있는 그랜드 뱅크는 가자미와 대구 등이 풍부한 세계 3대 어장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등이 이곳을 노리면서 대구 어획량이 급감하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위기에 놓인 캐나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데요. 일종의 조업금지령이죠. 당시 대체 어종으로 가자미가 꼽혔고, 가자미까지 대구 꼴이 날까 두려웠던 캐나다는 치어를 잡을 수 없게 넓은 그물망을 쓰도록 하는 등 엄격한 규정을 내겁니다. 그런데 스페인이 불법 어구를 사용해 남획을 이어가자 캐나다는 국내 연안어업 보호법 위반이라며 나포까지 명령하게 된 겁니다.
양국의 분쟁은 국제사법재판소에까지 넘겨졌는데요. 나포된 지점이 공해 상인 이유로 여론이 스페인에 유리하게 돌아갔다고 하네요. 캐나다는 억류 선원을 석방하고 나포했던 에스타이호 선주에게 4만1000달러의 피해 보상을 해줬다고 하는데 스페인은 승소를 예상하며 끝까지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캐나다와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영국 등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국제사법재판소는 결국 캐나다의 손을 들어주게 됐답니다.
‘금치’ 된 꽁치…“어획량 쿼터 두자” 제안한 나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5일 일본 도쿄에서 북태평양어업위원회가 열려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 등 8개 국가가 이에 대해 논의를 했는데 결국 중국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일본처럼 연안 어업을 하는 한국과 러시아, 미국 등은 찬성했는데 공해 상에서 꽁치잡이를 하는 중국은 규제 도입을 원치 않았던 겁니다.
그나저나 영·불 간 가리비 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양국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근 런던과 파리에서 두 차례 만났다고 하는데요.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라 긴장감이 여전합니다. ‘휴전’ 상태인 셈이죠. 영국 BBC와 스코틀랜드 일간 더 스코츠맨 등에 따르면 프랑스의 조업 금지 기간에 소규모의 영국 선박들도 가리비 채취를 하지 않는 대신 재정적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한 보상 패키지를 마련하는 것이 쟁점인데 이견이 있다고 합니다. 영국 선박들은 자발적으로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분쟁 지역에서 가리비잡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데요.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데드라인(2019년 3월 29일) 이후 갈등은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영국이 EU 회원국 수역에 접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는데 두고 볼 일이겠죠.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