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두르기만"vs"죽이려던 것" '궁중족발 사건' 국민의 선택은

중앙일보

입력 2018.09.0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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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족발 망치폭행사건' 당시 CCTV 화면. 피해자인 건물주 이모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씨는 '방어의 기본! 정신잃지말고 끝까지 상대방 눈을보고 공격하는자의 방심을 노린다!'라는 설명을 달았다. [페이스북 캡쳐]

 
"이게 다 돈 때문입니다. 나가면 되는데 왜 더럽게 거기서 그러냐고 하는데….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니까 끝까지 버텨 본 겁니다."
 
5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는 국민 배심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형사합의 33부(부장 이영훈) 심리로 '궁중족발 망치 사건' 재판이 이틀째 열렸다. 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모(54)씨는 재판 중 두 차례 울먹였다. 

검찰은 "살해 의도 있었다"며 징역 7년 구형
김씨 측 "죽이려고 맘 먹었으면 칼 들었을 것"
재판부, 배심원단 의견 들어 6일 오후 선고

서울 서촌에서 10년 넘게 족발 장사를 하던 이씨는 보증금과 월세를 3배 이상 올려달라는 새 건물주 이모(60)씨와 오래 다퉈왔고 지난 6월 그에게 망치를 휘둘렀다. 법정에서는 그날의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화면이 여러 차례 재생됐다. CCTV 속 검은 머리였던 김씨는 석 달 새 백발이 됐다.
 
"몇 걸음 옮길 때는 발이 얼어붙는 듯했습니다. 그 기억밖에 없습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말을 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망치를 휘두를 땐 살아야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피해자인 건물주 이씨도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이씨는 사건 이후로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버릇이 생겼으며 키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김씨가 이씨를 향해 망치라는 위험한 물건을 휘두른 것은 CCTV를 통해 확인되는 사실이기도 하고, 김씨가 스스로 인정한 점이기도 하다. 검찰과 김씨 측은 '죽이기 위해' 망치를 휘둘렀는가를 핵심 쟁점으로 다퉜다.
 

지난달 11일 서울 서촌 '궁중족발' 음식점이 철거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검찰은 김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이날 김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에 앞서 "분쟁이 있다고 해서 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사적인 복수가 가능하지 않아 법이 있는 것인데 김씨는 그걸 무시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씨는 '죽일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김씨는 이날 법정에서 "위협이 목적이라 겁만 주려고 했기 때문에 휘두르기만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변호인도 김씨에게는 '살인미수'가 아니라 '폭행'이나 '상해'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김씨가 휘두른 망치에 맞진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그렇다고 살인미수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실제로 가격하지 않았더라도 가격하려 했다는 것만으로도 살인의 고의와 의도를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의 기준이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가 필사적으로 저항해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지, 망치로 머리를 정통으로 맞았더라면 얼마든지 사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후변론에서 김씨 변호인은 "김씨가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지은 죄 만큼만 처벌해 달라"면서  "김씨가 건물주 이씨를 살인하려고 했다면 망치 대신 (족발집에서 쓰는) 익숙한 칼을 들었을 것"이라며 "김씨는 건물주 이씨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해 모멸감을 느꼈고 이 때문에 '나는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지 살해할 마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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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은 5일 오후 6시 55분쯤 끝났다. 건물주 이씨·김씨 부인·정신과 전문의·심리전문가 등 여러 명의 증인을 불러 신문하느라 늦은 시간까지 재판이 이어졌다. 이틀 동안 재판 전 과정을 지켜본 국민배심원단 7명은 김씨를 살인미수로 처벌해야 할지 여부와 유죄로 인정할 경우 적정형량은 얼마인지에 대한 의견을 내고,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의견을 참고해 6일 오후 2시 선고하기로 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