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오후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경제 활성화 규제혁신 현장 방문 행사에 참석해 데이터경제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인터넷을 가장 잘 다루는 나라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다루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산업화 시대의 경부고속도로처럼 이제는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데이터의 개방·공유를 확대해 신기술·신산업,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창출해야 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속도와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판교 ‘데이터경제 규제혁신’ 행사 참석
상업적 통계 등에 가명 정보 활용
익명 정보는 보호 대상서 제외
일각선 “데이터 빗장 완전히 풀어야”
정부가 올해 5800억원 규모였던 데이터 경제 활성화 예산을 내년에 1조원까지 늘린 것은 우리나라가 개인정보 규제에 대한 인식은 높은 데 반해 데이터 활용도가 떨어지고 실제 개인정보 보호는 취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빅데이터 활용 능력 수준은 전체 조사국 63개국 중 56위에 그친다. 국내 기업들의 빅데이터 이용률은 7.5%에 불과하다.
정부는 데이터 규제를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차원에서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조치한 ‘가명 정보’ 개념을 도입하고 가명 정보를 이용·제공하는 범위를 법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가명 정보란 이름·전화번호·주민등록번호를 일련번호 등으로 대체한 정보다. ‘62세 여성 김숙자’란 개인정보를 ‘60대 김○○’으로 바꾸는 식이다. 가명 정보는 상업적 목적이 있는 통계 작성과 산업 연구 등에서 데이터 결합·분석이 허용된다. 익명 정보는 가명 정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처음부터 아예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든 정보를 말한다. 정부는 이 익명 정보를 개인정보 보호 대상에서 배제해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정부가 가명 정보와 익명 정보 개념을 구분하는 등 구체적으로 용처까지 규정한 이유는 2016년 6월 정부가 발표한 ‘개인정보 비식별 처리 가이드라인’에 쏟아진 비판 때문이다. 정부는 당시 발표 안에서 가명 정보와 익명 정보를 구분하지 않아 비식별 정보의 무분별한 이용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정부가 개인정보 활용을 대폭 허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데이터 활용 용처를 극히 소수만 허용한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라며 “데이터 활용을 금지하는 경우만 열거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빗장을 완전히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