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저 종양은 두개저(Skull base)에 발생한 다양한 종양을 의미한다. 두개저는 뇌를 감싸고 있는 두개골의 바닥면을 가리키는 용어다. 숨골로 불리는 뇌간을 포함해 주요한 뇌신경 및 혈관이 위치하는 중요한 부위다. 두개저에 발생하는 종양은 대체로 양성이지만 수술의 난이도는 매우 높으며, 종양의 위치에 따라 그 접근법도 다양하다. 가장 흔한 뇌종양은 전정신경초종. 이는 제 8뇌신경의 전정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세포에서 기원한 양성 종양이며 흔히 청신경초종으로도 불린다. 뇌종양의 6~8%를 차지하고, 95% 이상에서 편측성(한쪽으로만 발생)이나 제 2형 신경섬유종 환자와 같은 유전 질환이 있는 경우 양측성(양쪽 다 발생)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유럽과 미국 통계에 따르면 40세 이후의 성인 위주로 해마다 10만 명당 1.6~2.3명이 새롭게 발생하고 남녀 간 발생률은 동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두개골 바닥면 생기는 두개저 종양
40세 이후 청력 떨어지면 의심을
노화인 줄 알고 방치 땐 보행장애
종양 커지기 전 떼어내면 완치
최초의 증상은 갑작스럽거나 서서히 청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비인후과 질환인 돌발성 난청, 중이염, 메니에르병인지 우선 감별되어야 한다. 지속되는 어지러움, 보행장애 및 운동장애 등의 증상도 있다. 이럴 때 뇌경색 혹은 뇌혈관질환, 퇴행성 뇌질환인지 감별할 필요도 있다. 안면부 통증은 일차성 삼차신경통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치료는 크게 비수술적 요법과 수술적 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비수술적 요법은 과거에는 넓은 범위의 방사선 치료가 시행됐으나 최근에는 국소종양 부위에 선택적으로 방사선을 쪼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방사선 수술의 치료성적은 매우 좋다. 크기가 크지 않은 경우 90% 이상의 종양을 억제하면서 낮은 합병증 발생률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크기가 큰 종양에서는 확실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적 요법은 신경외과와 이비인후과 의사로 구성된 두개저외과에서 종양의 크기, 환자의 청력상태, 뇌간의 압박 정도, 환자의 나이·전신 상태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결정한다. 구불정맥뒤 접근법, 경미로 접근법, 중두개와 접근법 등 세가지 방식 중 결정해 머리 속 종양을 제거한다.
또한 크기가 매우 작고 증상은 없으나 우연히 발견된 종양인 경우이거나 치료로 인한 위험성이 매우 큰 경우에는 일정 주기로 MRI 영상을 반복촬영하면서 경과를 관찰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외국의 보고에 따르면 크기가 작은 종양의 경우 40%가량에서 추적관찰 기간 동안 크기가 커져 15%가량에서 결국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종양으로 인한 증상이 새로 나타날 경우에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전정신경초종은 양성종양이므로 완전 적출시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특히 조기에 발견하여 수술적 절제 혹은 적절한 시기에 방사선 수술을 시행한 경우 합병증이 적고 예후가 매우 좋다. 그러나 크기가 크고 증상이 심한 경우 일차적으로는 수술을 시행한 후 잔여 종양이나 재발 등에 대해 방사선 수술을 추가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뇌종양 영역에서도 매우 난이도가 높은 두개저 수술에 해당한다. 각 환자의 상황에 맞는 효율적이고 안전한 치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비수술적 혹은 수술적 요법 중 적절한 치료법을 하는 등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이를 위한 관련 전문과목 의사들로 구성된 치료팀 (신경외과·이비인후과·방사선수술 전문의·영상의학과 등)을 운영하는 게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 최상의 결과를 줄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전정신경종양 등 매우 중증의 두개저 질환에 대한 최적의 치료를 위해서는 의료진의 풍부한 경험은 물론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침을 정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설호준 삼성서울병원 뇌종양센터(신경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