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화가 어디까지 진행될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중앙SUNDAY는 서둘러 마크 우 하버드대 교수(국제통상법)를 전화·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우 교수는 강단에 서기 전에 미국 무역대표부에서 지적재산권 담당(director)으로 일했다. 미중 두 나라가 첨예하게 맞붙는 분야다. 그는 2016년 쓴 논문에서 “중국의 부상이 다자간 교역 체제에 중대한 도전”이라고 경고했다.
마크 우 하버드대 교수
미국, 당장 탈퇴할 가능성은 낮아
협상 성에 안 차면 일방적 행동할 듯
트럼프, EU와 WTO 개혁에 합의
개혁 안 되면 쓸모없는 기구될 것
- 경고한대로 되고 있다.
- “사실 그때 경고한 이유는 좀 다르다. 중국의 경제 구조가 야기하는 문제는 현재 WTO 규범으로 처리하기 힘든 것들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민간과 공공 부문이 불분명하다. 또 국영기업 존재가 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볼때 중국 경제가 시장경제인가 아니면 국가주도 경제인가 같은 특성 때문에 일어나는 무수한 갈등을 WTO 현재 규정으론 만족할 만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 트럼프가 그걸 간파하고 중국을 직접 겨냥한 것 아닐까.
- “넓은 의미에선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트럼프가 WTO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직접 중국 등을 겨냥한 데는 오랜 세월 미국인들이 느끼는 불만이 작용해서다.”
- 어떤 불만인가.
- “미국은 2001년 시작된 도하라운드부터 불만이 컸다. 농산물 등에 관한 협상에서 개발도상국과 미국 사이 입장 차이가 줄지 않았다. 이때부터 미국은 WTO 체제가 쓸모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 그건 트럼프 집권 이전부터이지 않는가.
- “WTO에 대한 불만은 트럼프뿐이 아니다. 미국 민주당 쪽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불만은 10년 이상 된 해묵은 문제다. 미국은 정보기술(IT) 발전, 중국과 다른 신흥국의 경제구조가 낳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고 싶어했다.”
WTO 항소기구 사실상 무력화돼
- 최근 트럼프가 WTO 탈퇴를 시사했다.
-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최악의 경우 탈퇴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는 이미 여러 차례 WTO의 현재 상태(status quo)는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내왔다. 그 연장 선상에서 그의 말뜻을 이해하면 될 듯하다. 현재까지는 말이다.”
- 트럼프가 아직도 WTO를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인가.
-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위원장과 WTO 개혁에 대해 합의했다. (중국에 많은) 국영기업이 시장을 왜곡하고 과잉 생산하는 문제 등도 해결하기로 뜻을 같이 했다. 미국이 과거에 WTO를 통해 해결하고 싶어했던 문제다.”
- 조만간 트럼프가 WTO 탈퇴하지 않을까.
-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이 말하는 탈퇴 가능성은 협상용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EU 등 주요 교역 파트너들과 밀고 당기기에서 교섭력을 키우려는 의도가 가득한 말이란 얘기다.”
ECB "관세율 50년 새 최고치 이를 수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도 우 교수처럼 트럼프가 섣불리 WTO를 탈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일부는 트럼프가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추진을 접는 등 일방적인 행동을 적잖이 한 점을 주목한다.
- 트럼프 행적을 보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을 듯하다.
- “트럼프가 WTO에 대해 어떤 행동을 할지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 미국과 EU, 중국, 일본, 기타 교역국이 벌이는 협상에 달려 있다. 이 협상이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은 한결 일방적인 행동(more unilateral action)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 미국이 지금보다 더 일방적으로 행동한다면 WTO 앞날이 걱정된다.
- “트럼프-융커 합의처럼 WTO에 대한 다자간 협상을 벌이는 쪽으로 주요 나라들이 움직일 가능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미국의 눈에) 의미 있는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WTO는 서서히 존재의미를 잃어갈 수 있다.”
WTO가 존재의미를 잃으면 세계 교역질서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다만,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9일 “일방적으로 무역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세계 관세율이 최근 50년 사이 최고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크 우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개발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세계은행(WB) 중국 사무소에서 경제분석가로 활동하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 일했다. 또 미 무역대표부와 WTO 등에서 지적재산권 전문가로 활동했다. 현재는 하버드 법대 교수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