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도매가격은 10㎏에 1만4800원으로 한달 전(6793원)보다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무 역시 한달 전(1만4040원)보다 80% 가까이 올랐다. 이날 이마트에서는 배추는 포기당 4000원, 무는 개당 3000원에 팔리고 있다. 더위에 약한 시금치(50%)와 상추(24%) 등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
고랭지도 32도 웃돌고 가뭄 겹쳐
배추·무 값 한달 새 두배로 껑충
농민들 물 대는 돈 많이 들어 시름
무더위로 과수의 화상병도 확산
사과·배 수확량 30% 감소 예상
“차례용 햇과일 값 30~40% 뛸 것”
여름 과일 수박도 열대야에 곯아
가을 과일인 사과와 배의 수급도 심상치 않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4월 이상 저온에 따른 냉해로 올해 사과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4%, 배는 2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근 폭염으로 과수 화상병까지 확산되고 있어 수확량 감소폭이 30%까지 커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금은 냉장 물량이 공급되면서 사과와 배 값이 개당 2000원 내외로 안정적인 상황이지만 가을에 나와야 할 물량이 더위 때문에 제대로 못 크고 있다”며 “추석 차례용 햇과일 값이 30~40% 정도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수박은 대표적인 여름 과일인데도 값이 많이 올랐다. 도매가격은 개당 2만4000원으로 한달 전(1만448원)은 물론 지난해 같은 시기(1만6640원)보다도 비싸다. 원래 8월부터는 후작 수박(한차례 수확이 끝나고 다시 자라서 나오는 수박)이 출시되면서 가격이 안정돼야 하는데 더위 때문에 작황이 나쁘기 때문이다. 수박은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처럼 기온이 높고 일교차가 큰 곳에서 잘 자라고 당도도 높아진다. 하지만 최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가운데가 곯아버리는 일명 ‘피수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호박·오이, 너무 잘 자라 폐기하기도
수박과 같은 박과 식물인 오이·애호박 등은 폭염에도 잘 자란다. 하지만 너무 잘 자라서 문제다. 애호박은 출하량이 급증하면서 20개당 16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보다 60% 하락하자 강원도 화천 등 산지에서는 수확하지 않고 폐기했다. 최문순 화천군수가 1일 서울 가락시장을 찾아 도매인들에게 “애호박에 제값을 매겨달라”고 당부한 이유다. 강원도 횡성·홍천 등에서는 오이를 폐기하기도 했다. 오이와 애호박은 찬 바람이 들면 값이 큰 폭으로 뛴다. 하우스에서 재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지과에 속하는 가지와 토마토 역시 높은 온도에서 잘 자라 여름에 가격이 폭락했다 겨울이면 급등하는 대표적인 식용작물이다.
폭염은 채소·과일 재배는 물론 가축과 어패류를 키우는데도 악영향을 미쳐 밥상 물가를 위협하는 주범이다.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배추·무 등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채소류는 전달 대비 3.7%, 농축수산물은 1.3%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악의 무더위로 꼽히는 1994년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5%에 달했다. 농식품부는 배추 비축물량(4000t)을 하루 100~200t씩 방출하고 조기 출하를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격 안정화에 나섰다.
김창우·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