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여러분에게 분명하게 약속한다”며 “결코 국정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정권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국정원 방문은 지난해 6월 출범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활동 성과를 격려하는 동시에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취임 후 첫 국정원 업무보고
“정치로 오염시키는 일 없을 것
대북·해외정보에 역량 집중”
문 대통령은 이날 “국내 정치정보 업무와 정치관여 행위에서 일체 손을 떼고, 대북 정보와 해외정보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목표”라면서도 “그 목표를 대통령의 선의에만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어도 국정원의 위상이 달라지지 않도록 우리의 목표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여러 차례 서훈 원장 체제의 국정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의 국정원이 한반도의 운명과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공시킨 주역이 됐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기에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 됐다”며 “국정원을 훌륭하게 개혁하고 있는 서훈 원장과 여러분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보고에 앞서 업무 중 순직한 국정원 직원을 기리기 위해 국정원 청사에 설치된 ‘이름 없는 별’ 석판 앞에서 묵념했다. 문 대통령은 “이름 한 줄 남기지 못할지언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 이것이 바로 국정원의 본령일 것”이라며 “그 본령을 지켜낼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지켜내는 것이 이 시대에 여러분과 내가 함께 해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국정원 청사를 찾은 건 이번이 네 번째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과 2005년 민정수석으로, 2007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국정원을 방문했었다. 이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을 비롯해 조국 민정수석, 백원우 민정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등이 동행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