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대체복무
“대만에서 2000년 도입한 대체복무제로 인해 병역회피 시도는 발생하지 않았고 사회보장 수준이 올라가고 인권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국제사회 평가까지 받았다.”(2015년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대만의 ‘반면교사’ 사례
아시아 첫 양심적 병역거부 수용
종교 사유 한정, 군과 무관한 복무
정권 바뀔 때마다 기간 단축 경쟁
2년 → 4개월까지 줄여 징병제 흔들
병역 관련 조치는 잘못 알게 돼도
되돌릴 수 없으니 신중히 결정해야
하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의견은 좀 더 비판적이다. 그중 한 명인 싱가포르의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소(RSIS)의 우상쑤(吳尙蘇) 연구원은 중앙SUNDAY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대만은 다른 나라들이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반면교사의 사례”라고 말했다. 자신이 저술 중인 ‘대만의 징병제 : 성공하지 못한 진화’란 제목의 23쪽 원고도 제공했다.
그 이후 민진당→국민당(2008년)→민진당(2016년)으로의 정권교체에도 경쟁적으로 추가 조치가 이뤄졌다. 복무 기간은 20개월(2004년)→16개월(2007년 1월)→14개월(2007년 7월)→12개월(2008년)로 줄었고 급기야 2014년부터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간다는 방향도 제시됐다. 종교적 사유의 대체복무요원은 31~87명에 머물렀지만 대체복무요원은 급증했다. 2000년 5000명이던 것이 2014년 2만6941명까지 됐다. “사실상 징병제의 해체”(뉴욕타임스)란 평가가 나왔다.
그사이 중국의 군사 굴기(崛起)가 대만 안보의 위협으로 크게 부각됐는데도 흐름이 달라지진 않았다. 모병마저도 잘 안 돼 모병제로 가는 시기만 늦췄을 뿐이다. 올해엔 1994년 이후 출생자들은 4개월의 군사훈련을 받으면 된다. 우 박사는 “상대적으로 민진당 지도자들이 안보에 치중하나 그들도 방향을 되돌리진 못했다”며 “국가안보를 위해 손을 봐야 한다는 장기적 노력과 선거란 단기적 영향 사이 불일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역은) 잘못을 알게 돼도 되돌릴 수 없으니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문답이다.
- 한국 전문가 중엔 ‘대만에서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활용될까 우려해 대체복무요원 숫자(쿼터)를 제한했지만 늘 미달됐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한국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해도 현역을 기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것이란 논거다.
- “대만에선 사기업도 요건만 맞으면 대체복무요원을 요구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체 징병 대상의 20%가 넘는 규모가 대체복무를 한다. 인기가 낮다고 할 수 없다.”
집총을 거부하지 않으면 얼마든 군 복무를 안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의미다.
- 사기업으로 대체복무를 확대한 이유는.
- “방위산업에도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상업주의에다 (군 또는 대체) 복무가 구직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이유도 더해졌다. 지난해 만두 회사까지 대체복무요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보도된 이후 인터넷상에서 비판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정부가 심각하게 재검토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고 있다.”
- 그간 경험으로 한국에 조언한다면.
- “징병제를 하는 이유가 국가안보 때문이란 걸 잊어선 안 된다. 대체복무를 하더라도 대체복무와 국가안보·국방과의 관련성을 유지하는 데 대단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연재해나 테러도 안보에 있어 핵심적인 부문이다. 그러니 소방관이나 응급의료요원, 민방위 목적의 활동 요원도 대체복무요원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정부기관 등에의 대체복무엔 신중히 해야 한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