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요정 김혜준의 빵투어: 서울 연남동 ‘브레드 랩’
둥지를 옮겨 다녀도 어디서든 입소문이 나는 이곳의 유기헌 대표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연극영화과 출신의 잘나가는 광고 감독으로 커리어를 쌓았던 그는 어느날 “평생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했고, 그래서 찾은 답이 바로 빵이었다. 당시 서른여덟의 그는 일본 제과제빵 학교로 떠났고 독서실에서 히라가나, 가타카나부터 시작해 일본어를 익혔다. 귀국해서 르 꼬르동 블루 숙명 아카데미에서 프랑스 제과를 수료하고 마흔 살이 되던 해 다시 일본 도쿄에 위치한 동경 제과 학교에서 본격적인 빵 공부를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2년 여의 과정을 마친 후 귀국, 함께 학교에 다녔던 동기이자 돈독한 관계였던 동생들과 함께 작지만 알찬 빵집을 연 게 바로 브레드 랩이다.
여의도에서부터 우유 크림빵의 열풍을 이끌었던 그는 연남동으로 건너와서는 메뉴에 대한 확장보다 품질의 발전에 꾸준히 집중했다. 한창 앞다투어 문을 열던 작은 빵집들과 차별성을 어디에 둘지 고민에 고민을 더했다. 답은 역시나 ‘정석’으로 귀결됐다. 신선도를 유지하고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되, 일상에서 쉽게 찾게 되는 익숙한 빵들을 보다 더 맛있게 구현하자! 말만 아니라 실천에 옮겼다. 가령 오픈 초기부터 온도와 습도에 취약한 크루아상 반죽들을 위해 큰 비용을 들여 냉장 파이실을 설치했다. 그 결과 데니쉬·크루아상 종류의 빵을 만드는데 실패율이 줄고, 고른 맛을 얻게 되었다.
이 외에도 단호박과 밤앙금 등으로 채워진 만주는 오픈 때부터 선물용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효자 아이템이요, ‘나폴리’ 라는 빵은 크림치즈와 감칠 맛 나는 말린 토마토가 들어있어 살짝 데워 먹어도 그 맛을 풍부히 즐길 수 있다. 중국집의 자장면처럼, 빵집의 기본이라 불리 우는 식빵 또한 매일 들르는 손님들의 쟁반에 등장하는 스테디셀러다.
그렇게 꽃길만 걷는 것 같던 브레드 랩이 최근 홍역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름의 상표권 등록 문제다. 서비스표 등록증, 상표등록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유사한 이름으로 가맹점 사업을 하는 업체와 법적 분쟁을 벌이는 중이란다. 이는 작은 동네 빵집이 겪을 수밖에 없는 외로운 싸움의 한 예일 터. 부디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술자이자 창작자로서 만들고, 지켜온 브레드 랩이라는 이름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브레드 랩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267
02-337-0501
10:00~22:00
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