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곳이 화제가 됐었죠. 지난달 25일 보드카에 취한 한 남성이 ‘국민 화가’ 일리야 레핀의 대표작 ‘1581년 11월 16일의 이반 뇌제(雷帝)와 아들’을 관람객 접근 방지용 금속 막대봉으로 훼손한 것입니다. 깨진 액자 유리 조각에 최소 3군데가 찢어졌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그림 속 황제의 얼굴과 손 부분은 손상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사실 이 그림은 검열에 걸린 최초의 작품이었습니다. 러시아 최초의 황제(차르)이자 폭군으로 이름난 이반 4세가 며느리의 옷차림을 문제 삼아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인데, 심기가 불편해진 알렉산드르 3세는 1885년 4월 1일 이 그림의 대중 전시를 금지시켰고, 트레티야코프는 따로 별채를 지어 소수의 관람객에게만 공개했습니다.
출장 중 짬을 내 찾아간 미술관, 작품이 걸려있던 자리에는 작품을 찍은 사진과 함께 “그림은 복원중입니다”라는 한 줄 설명 만이 관람객을 맞고 있었습니다. 부디 제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