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세상 이치가 어디 그런가. 낮말은 새가 듣고 밤에 하는 말은 쥐가 듣는 법 아닌가. 양진이 꾸짖어 말하기를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고 알고 또 내가 아는데 어째서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가(天知地知爾知我知怎說無知)”라고 했다. 하늘과 땅, 당신과 나 등 넷이 아는 걸 사지(四知)라 한다. 부끄러움을 느낀 왕밀이 금을 갖고 돌아간 건 물론이다.
이처럼 세상사는 보는 눈이 많아 남을 속이기 어렵다. 십목소시(十目所視)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서 십(十)은 ‘열’의 의미라기보다는 ‘많다’는 뜻을 갖는다. 따라서 십목소시는 많은 사람의 눈, 즉 무수한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다. 뭇사람이 손가락질 하는 경우는 십수소지(十手所指)다. 『대학(大學)』의 성의장(誠意章)에 나오는 말이다. “열 눈이 보는 바요 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바니 참으로 무서운 일이구나(十目所視 十手所指 其嚴乎)”. 즉 사방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나쁜 짓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 문재인 대통령과 두 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세 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는 한 번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리고 그때마다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 한데 비핵화의 구체적인 이행 조치와 관련해서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김 위원장이 행여 딴 마음 갖지 않기를 바란다. 적당히 시간을 끌며 비핵화 문제를 유야무야(有耶無耶)로 끌고 가서는 안될 것이다. 십목소시, 북한의 비핵화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지켜보는 세상의 눈이 너무 많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유상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