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이크가 북에 갔을지 모른다”
“북 전면적 비핵화 시작” 셀프 홍보
트럼프 대통령의 농담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후속 실무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과 연결돼 있다는 해석이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적절한 북한 고위급 인사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후속 협상을 한다”고 합의했다. 그런데 북한은 22일 현재까지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 파트너도, 후속 협상 일정도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속 협상 지연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셀프 홍보전에 적극 나섰다. 그는 각료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면적 비핵화(total denuclearization)이며 이미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매우 빨리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북·미) 관계는 매우 좋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멈췄고, 엔진 시험장을 파괴하고 있고, 3명의 인질도 돌아와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있어 매우 기쁘다”고 했다. “내가 여러분에게 마지막으로 이야기한 그 이후에도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 “우리가 한 일로 인해 아시아 전역이 미국과 사랑에 빠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뜨자 ‘절친’ 강경화도 떴다
이젠 안보실이 외교부에 문의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 부임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전임인 렉스 틸러슨 장관과는 달리 자타가 공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이자 북·미 협상의 실무 총괄을 맡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가 강 장관이기 때문이다. 특히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 사이가 매우 가깝다는 사실은 외교가 안팎에 널리 알려져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내정된 4월 말 이후 두 장관은 세 차례 만났고 공식 통화만 일곱 번을 했다.
두 장관의 ‘케미’는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비공개 소통에도 잘 드러난다는 전언이다. 강 장관이 지난 5월 초 방미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난 후 두 장관은 휴대전화로 수시로 통화하는 사이가 됐다고 한다. 보안을 요하는 공식 전화회담은 배석자를 두고 유선전화로 하지만 통화시간 조율 등 간단한 의사소통은 휴대전화 통화나 문자메시지로 종종 이뤄진다고 한다. 강 장관은 지난 18일 내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로 예고한 북·미 정상 간 통화 여부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추진 중이지 않다는 답을 폼페이오 장관에게 들었다”고 말했고 실제 트럼프-김정은 통화는 성사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이제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외교부에 북·미 협상 관련 문의를 할 정도로 상황이 역전됐다.
김정은 “시진핑은 탁월한 수령” 극찬
북·중, 미국 겨냥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북·중 밀착 행보는 역시 미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중 간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이뤄진 김 위원장의 세 번째 방중을 통해 북·중은 ‘누이 좋고 매부 좋았다’는 평가다. 중국으로선 미국이 가장 꺼리는 대북제재 해제 가능성을 비치면서 무역 전쟁에서 미국의 예봉을 꺾을 유효한 수단을, 정상회담 과정에서 제재 완화를 강하게 희망해온 북한으로선 북·중 경제협력 카드를 내비침으로써 미국의 완고한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해제’ 입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희 건국대 중국연구원장은 “무역 전쟁에서 중국이 미국에 타격을 줄 수단이 마땅치 않았는데 향후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통해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 전쟁 승리와 북한 비핵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유감스럽게 현재 (북·중) 국경이 조금 약해졌지만 괜찮다. 괜찮다”고 반복해 말했지만 영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볼턴 “북 빨리 움직여야” 목소리 높여
트럼프 “볼턴 환상적” 신뢰 재확인
볼턴 보좌관은 이어 “우리는 폼페이오와 다른 사람들이 그들(북한)과 만나서 그것(비핵화)에 대해 논의하는 걸 보게 될 것”이라며 “그들이 (핵무기 등을 포기할) 전략적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 우리는 곧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볼턴 보좌관도 ‘환상적’이라고 언급, 그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다.
회담 공동성명에서 후속 협상 대표로 명시됐던 대화파 폼페이오 장관의 행보는 다소 주춤거리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다음주 언젠가는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발언해 이번 주 제3차 방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하지만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이번 주나 다음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는 발표할 만한 회동이나 방문 계획은 없다”고 답변했다. 일각에선 세 번째 북·중 정상회담이 이제 종료됐기 때문에 북한이 곧 후속 협상에 나설 것이라든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과 맞물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지만 아직은 불투명하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