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배창석 대전대 IT융합공학부 교수는 “AI는 특정 도메인을 벗어나 복합적인 문제 상황에 부딪혀 여기에 적응하며 해결하는 데 있어 인간에 비해 서투르다”고 말했다. AI가 바둑판 같은 닫힌 세계에서 인간지능을 앞서는 것처럼 보이나 열려 있는 실제 세계에서는 아직까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인간지능 11년 뒤엔 따라잡힐 듯
인지구조 연구 따라 당겨질 수도
문제 발견력은 AI도 못하는 능력
전문가 “창의·비판적 사고 키워야”
이 분야 연구가 미국과 유럽 등에서 한창 진행 중인데, 여기에서 획기적인 성과가 나온다면 AI의 인간지능 추월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앞으로 기계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학습데이터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율적 인지시스템을 갖추게 된다면 그때는 AI의 지능 향상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고 내다봤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AI 기술의 진화단계를 3단계로 보고 “AI가 인간의 지적 활동을 지원하는 빅데이터 지원 단계와 인간 능력을 증강하는 단계를 거쳐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강한 AI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AI 기술이 획기적으로 진보하더라도 인간이 정해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명확하지는 않다. 배 교수는 “인류는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찾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다보스포럼(WEF)은 21세기 학생들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창의성(Creativity),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on Skills), 협업(Collaboration)을 꼽았다. 주어진 정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남과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경계를 넘나들면서 타 분야 전문가와 소통하고 협력하는 능력은 인간만이 지닌 것이어서 AI 기술이 아무리 진화하더라도 따라올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조셉 아운(Joseph Aoun) 노스웨스턴대 총장은 “로봇이 할 수 없는(Robot-proof) 일을 학생들이 하도록 가르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 문해력(빅데이터 관리·분석 능력), 기술적 문해력(기술 이해력, 컴퓨터적 사고력), 인간 문해력(소통 능력) 등 세 가지 문해력(Literacy·읽고 쓰고 이해하는 능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갖추게 하자고 제시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AI가 기존에 축적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걸러내고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는 ‘문제 발견력’을 보이지는 못할 것”이라며 “AI가 아직까지 갖지 못한 능력을 어떻게 키워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융합과 협업능력을 키우기 위해 현행 학교 교육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주호(전 교육부 장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한국 교육은 무엇보다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과 같은 학생 중심 방식의 수업 개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특이점
어떤 기준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지점. AI 기술이 진보해 인간지능을 초월하는 시점을 말한다. AI 연구로 유명한 레이 커즈와일은 2006년 발표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에서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앞서는 때 특이점이라 부르며 그 시기를 2045년으로 잡았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