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디자 인 위크 2018을 가다 <하>
스마트 시티 선보인 브레라 구역 여전히 인기
브레라 예술대학이 있는 브레라 디자인 구역은 수많은 방문자들 덕분에 하나의 디자인 브랜드가 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소소한 제품 전시공간이었지만 2010년 푸오리살로네의 공식 구역으로 등록하면서 인기가 확 높아졌다. 첫 해 등록회사는 45개였지만 올해는 205개로 크게 늘었다. 중국 센젠시는 ‘센젠 크리에이티브 위크’ 기간에 브레라 디자인 구역 옮겨온 듯한 공간을 만들자는 제안도 했다.
인테르니 매거진은 푸오리살로네 참여 20주년을 기념해 ‘하우스 인 모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스타탈레 국립대 캠퍼스에 피에로 리쏘니 등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 디자인회사가 참여해 다양한 집의 개념을 선보였다. 집은 정착하는 곳이지만 여행·일·이민·피난 등으로 확산될 수 있고, 유목민들처럼 떠돌거나, 일시적인 공간일 수 있음에 착안했다. 눈으로는 보이지만 형태나 공간이 없는 가상의 집을 짓고 VR기기를 통해 보여주기도 했다. 브레라 예술대학 보타닉 정원에는 700개의 전등을 설치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가상 스마트 시티를 선보였다. 관람객들은 도시의 시스템과 연결된 첨단 가옥에서 자연을 느끼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다.
많은 회사들이 브레라 구역으로 이전했음에도 토르토나 구역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사토 오오키가 이끄는 일본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는 수퍼스튜디오 피유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지난해 브랜드와 협업한 작품 중 대표작 10개를 골라 완성본과 샘플, 손으로 오물조물 만든 목업까지 함께 전시하며 디자인 창조 과정이 얼마나 길고 고된 일인지 한눈에 보여주었다. 전시공간 끝에는 선물이 들어있는 뽑기 기계를 여러 대 설치해 깜짝 즐거움까지 선사했다.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한 QM의 날씨알리미는 투명 스크린에 새겨진 기호에 불이 들어오며 정보를 제공한다. 빨강·흰색·파랑으로 변함에 따라 외부 온도까지 측정할 수 있다.
패션그룹 브랜드들은 올해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루이비통은 지난해와 같은 장소인 팔라초 보코니에서 오브제 노마드와 쁘띠 오브제 노마드 신제품을 선보였다. 올해 새로 영입된 중국인 디자이너 안드레 푸(AndrFu)는 “기존 가구 형태가 아닌, 건축학적 표현을 담아낸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며 “의자는 유동성과 역동성, 상호교감을 강조해 두 사람을 위한 공간을 움직이는 리본으로 감싼 형태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푸의 2인용 컨버세이션 체어는 리본의 움직임을 우아한 무한 곡선으로 재현하고 그 사이에 의자를 넣어 마주보고 대화가 가능하다.
리본 움직임 담아낸 루이비통의 대화 의자
불가리는 네 곳에서 동시에 진행했는데 브레라 구역 이벤트장이 압도적이었다. 1000㎡에 달하는 공간은 브랜드 대표 컬렉션인 비제로원 반지 형태를 흑백톤으로 반복한 월페이퍼로 도배했고, 미로처럼 만든 복도 곳곳에 진열장을 만들어 반지를 전시했다. 블랙홀처럼 끝없는 네온사인, 뱀의 뱃속으로 들어간 듯한 전면 거울방, 거울과 쇠파이프로 둘러싸인 보석의 방은 최면상태로 빠지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 ●
밀라노(이탈리아) 글·사진 김성희 중앙SUNDAY S매거진 유럽통신원 sungheegioielli@gmail.com 사진 각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