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급여를 주고 노동을 사는 자본주의의 기본 구조가 무력화될 조짐이 보인다. ‘공유경제’ 시스템 때문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소유의 종말』(2000년)에서 소유의 시대가 가고 접속의 시대가 온다고 했다. ‘초연결 사회’에서 이런 예상은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넘어 만물인터넷(IoE) 시대가 되어 모든 사물·네트워크·사람이 연결되고 플랫폼의 공유화가 극대화되면 서비스의 비용이 점차 제로(0)에 가까워진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는 더 이상 구매자가 아니라 사용자가 된다. 최소한의 비용만 내고 사용하면 되니까 재화를 잔뜩 쌓아놓는 소유는 별난 짓이거나 거추장스러운 일이 된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도 노동자는 여전히 월급을 받게 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급여 시스템을 대체할 뭔가가 있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쿠폰사회’를 한번 제안해 본다. 쿠폰사회란 블록체인에 새겨진 공헌의 정도에 따라 플랫폼의 접근 가능성을 쿠폰으로 자동 발행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사회를 말한다.
예를 들어 보자. 나는 뮤지션이다. 블록체인은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공개장부로, 이 안에 어떤 데이터를 넣을지는 넣는 사람 마음이다. 그 안에 음악 파일을 넣을 수도 있다. 뮤지션 스스로 발매한 앨범이 블록체인 안에서 고유키를 가지게 되고, 그 데이터에 접속한 사용자의 사용 기록이 블록체인에 새겨진다. 그 흔적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2급 음악가’의 쿠폰이 블록체인 안에 자동으로 등록된다. 2급 음악가는 무료로 전철을 탈 수 있다. 사용자의 접근 기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1급 음악가’가 된다. 1급 음악가는 더 수준 높은 공유 시스템에 접속할 권한이나 별도의 암호화폐를 받을 옵션이 주어진다.
월급날이 가까워져 오자 이런 꿈을 꿔본다. 필요한 만큼의 노동과 자발적 절약, 적당한 소비와 지속가능한 미래. 4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은 이런 건 말하지 않는다. 여전히 이윤을 중심가치로 생각하고 경쟁에 이긴 나라만이 살아남을 것처럼 말한다. 잘못된 사고방식이다. 미래 가치는 더 이상 이윤 창출에 있지 않다. 대신 연결성이 중심 가치가 된다. 이렇게 되면 ‘경쟁’이라는 행위양식도 의미를 잃는다. 대신 ‘공헌’이라는 행위양식이 권장될 것이다.
성기완 계원예술대 융합예술과 교수·뮤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