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아르헨티나 경제에 대해 지난해 말 내린 판단이다. 하지만 반 년도 지나지 않아 중남미에서 브라질·멕시코에 이어 경제규모가 세 번째로 큰 이 나라는 IMF에 손을 벌렸다. 300억 달러(약 32조1000억원) 정도를 지원받기 위해서다. 아르헨티나가 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하기는 2001년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그런데 이 나라 정부는 구제금융(bailout loan)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예방적 유동성 지원(precautionary credit line)’이란 말을 썼다. 외환위기를 막기 위한 사전 조치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탈세 못 잡고 국채 시장도 미약
재정적자 메우려 외채에 의존
17년 만에 300억 달러 지원 요청
게다가 지난해 말 IMF는 “2018년 아르헨티나 경제가 2.5% 정도 성장하고 무역수지 적자도 GDP의 4.4%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인플레이션도 지난해 23.6% 에서 16.3%로 진정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이른바 ‘비즈니스 프랜들리’인 마크리 행정부의 세제와 재정 개혁을 인정해준 것이다. 심지어 직전 포퓰리즘 정권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재임기간 2007~2015년) 시절과는 달리 “과거에는 통계 데이터를 믿을 수 없었는데 이제는 신뢰할 만하다”고까지 밝혔다.
그런데도 또다시 IMF에 손을 벌린 데 대해 조프리 잉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금융사회학) 등은 ‘아르헨티나의 미완성 조세-금융체계’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잉검 교수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현대 국가는 탈세를 엄벌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으며 영토 안에 국채시장과 중앙은행을 제대로 갖춰야 외환위기 등을 견디거나 극복할 수 있다”며 “아르헨티나는 독립한 지 200년이 됐는데도 세 가지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의 국가 부채 가운데 60% 정도가 외채이고 통화증발이 잦아 인플레이션이 심한 까닭이다. 아르헨티나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은 국가 빚 대부분을 자국 내에서 조달한다. 일본이 외부 충격에 한결 강한 이유다. 아니나 다를까. IMF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외채에 의존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IMF가 슬쩍 끼워 넣어 놓은 이 경고가 반 년도 안 돼 현실화한 셈이다.
강남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