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직장인 김지은씨에게 온 휴대전화 메시지다. 집에서 7년째 키우는 고양이 삼순이가 화장실을 이용했다는 알림 문자였다. 10분 뒤 공기청정기처럼 생긴 직사각형 화장실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갈퀴 모양의 분리기가 모래 사이의 배설물을 걷어내자 그 위로 새 모래가 깔렸다. 국내 처음으로 개발된 고양이 자동화장실 ‘라비봇’을 활용하는 모습을 미리 그려본 가상 시나리오다.
돌봄이 로봇·질병검사 키트 같은
‘펫팸족’ 위한 제품에 관심 집중
소비자가 마케팅까지 담당하는 셈
최근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반려동물 관련 펀딩이 관심을 끌고 있다. 블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의 크라우드펀딩은 일정 기간 내 목표자금을 조달받지 못하면 실패하는 구조다. 와디즈의 최동철 부사장은 “고양이나 강아지를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Pet+Family)족이 늘면서 털 말려주는 제품, 24시간 펫 돌봄이 로봇 등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펀딩이 잇달아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보기술(IT)을 더한 펫 용품이 인기다. 예를 들어 로봇 ‘페디’ 프로젝트엔 이달 4일 기준 149명이 참여했다. 30일 가량 펀딩 기간이 남았지만 이미 목표 금액(300만원)의 다섯 배가 넘는 돈이 모였다. 소형견 크기의 페디는 주인이 출근한 뒤 집에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을 위한 돌봄이 로봇이다. 센서가 달려있어 동물을 찾아다니며 영상을 틀어주거나 식사 시간에 맞춰 사료를 준다. 반려동물 전용 소변검사 키트 ‘어헤드’ 프로젝트도 목표 금액의 12배를 달성해 화제가 됐다. 반려동물의 소변을 시약 막대에 묻힌 뒤 휴대전화 앱(피펫)으로 촬영하면 된다.
고양이 두마리를 키우는 직장인 윤진하(29)씨는 “반려인들의 평소 고민을 해결해주는 제품들이 크라우드펀딩으로 나오고 있어 애완용품 가게보다 이곳을 더 많이 이용한다”고 들려줬다. 노태구 대표는 “신생기업 입장에선 즉각적으로 소비자 반응을 파악하고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라우드펀딩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에게 사람처럼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길 원하는 펫팸족이 소비를 통해 연대하는 방식으로 크라우드펀딩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정된 기간에 펀딩에 성공해야만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직접 마케팅에 나서게 되고, 결국 소비자나 판매자 모두 윈윈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