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 남은 이헌 이사장 중도해임
법무부는 지난달 20~23일 법률구조공단에 대한 감사 결과 이 이사장의 해임 사유가 확인돼 해임 절차를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현재 공단 경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직원들의 신뢰를 잃었고 직무상 의무 위반 등의 불법적인 경영 실태까지 드러난 상태다.
3개월 갈등 끝 이헌 이사장 중도해임
총파업, 감사요청 등 갈등 악화돼
법무부 “감사 결과 해임 사유 확인”
“차별적 언사 남발, 직무상 의무 위반”
이헌 “법적 대응으로 명예 되찾을 것”
특히 감사 결과 이 이사장이 지난해 지급한 인센티브의 출처가 올해 법률구조공단의 예산인 것으로 드러나며 ‘예산 불법 당겨쓰기’란 지적이 일었다. 법무부는 이 이사장이 ‘입막음용 인센티브’를 통해 일반직 직원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감독기관인 법무부의 승인도 없이 예산을 사용했다고 봤다.
이 이사장은 노조 측의 ‘이사장 사퇴’ 요구와 법무부의 해임절차 착수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 법무부가 정치적 이유로 ‘찍어내기 인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보수 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를 지낸 법조인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였던 2016년 5월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당초 이 이사장의 임기는 2019년 5월까지였다.
발단: 변호사-일반직원 차별대우
공단은 일반직 620여명, 변호사직 100여명, 공익법무관 17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노조 측에선 일반직·서무직·변호사직이 협력해 소송 등의 업무에 공동 대응하고 있음에도 변호사직에만 과도한 성과금이 지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실제 2016년 일반직의 성과급은 평균 388만원인데 반해 변호사직은 1인당 평균 2262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이에 대해 공단 측에선 성과급 차이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공단 소속 변호사들은 소송대리·형사변호 등 법률전문가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일반직에 비해 성과급을 많이 받는 것이 당연한 보상이라는 주장이었다.
위기: 31년 만에 이뤄진 최초의 총파업
노조 총파업에도 이 이사장은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며 갈등의 불씨는 커져만 갔다. 그는 “노조가 요구하는 내용 자체가 변호사법에 저촉되는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이 이사장은 총파업 돌입 당시 입장문을 통해 “변호사 자격이 없는 일반직 직원에게 지부장 등의 보직을 허용하는 것은 변호사가 아닌 자가 법률사무소를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한 변호사법에 위반된다. 이는 세계 각국의 법률구조제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단 측에선 노조의 총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며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갈등: 감사요청 및 이사장 해임 건의
일반직 간부 전원은 사퇴요구서를 통해 “노동조합의 전면 파업 등 극단적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법률 서비스 제공이라는 공단 본연의 사명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한 유일하고 확실한 전제 조건은 이헌 현 이사장의 사퇴뿐”이라고 밝혔다. 공단 변호사들도 ‘이사장 사퇴’ 요구에 가세했다. 공단 소속 변호사들은 노조를 결성한 뒤 연대 서명으로 법무부에 이사장 해임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이헌 이사장은 사퇴요구에 응할 뜻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보직간부들에게 “(이사장에 대한) 신뢰와 복종의 내용이 담긴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절정: 노조·이사장 간 쌍방 감사요청
지난해 20~23일 진행된 법무부 감사 결과 이 이사장은 노조 및 일반직 간부들과의 갈등 이외에도 경영상의 불법적인 요소가 발견됐다. 법무부는 이 이사장이 노조 총파업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다수 구성원들의 신뢰를 상실하는 등 직무상 의무 위반 및 비행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인센티브 무단 지급 외에 900여만원을 들여 개인 명함 형식의 USB 400개를 제작·배포하는 등 예산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이사장은 법무부의 해임 절차 진행에 대해 “해임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감사 착수와 해임 결정에 이르기까지 법무부가 일방적이고 정치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주장이었다. 이 이사장은 법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개인적인 명예를 되찾겠다는 입장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