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만난 양제츠의 약속
중국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세 가지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 먼저 한·중 간 최대 현안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관련 보복 조치의 전격적인 철회를 사실상 약속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양국 관계의 전면적 정상화를 합의했지만 실제 중국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중국인 단체 관광은 정상화되지 않았고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보복도 계속됐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는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국의 무역·안보 압박에 맞서
한반도 영향력 키우려 러브콜
남북·북미 협상에 중국 변수 커져
비핵화 해법 더 어려워질 수도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 환경부 장관부터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또 문 대통령이 요청한 충칭 광복군 총사령부 터 복원과 관련해서도 “지방정부에 복원을 서둘 것을 지시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방중 당시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서기를 만나 광복군 총사령부 터 복원 사업 재개를 합의했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미국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속전속결식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는 데 이어 무역전쟁을 통해 대중국 압박까지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과 북한을 미리 우군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한과 한국 끌어안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방중 의사를 밝히자 이를 즉각 수용한 것이나 김 위원장 방중 종료 하루 만에 북·중 정상회담 결과 설명을 명분 삼아 양 위원을 특사로 파견해 한·중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행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양 위원은 문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또 양국은 앞으로 열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심도 있는 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
중국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에 영향력이 큰 중국과의 소통 강화라는 점에서 정부에도 나쁘지 않은 결과다. 사드 보복 철회 등 숙원 해결의 실마리도 찾았다. 하지만 중국의 숨은 의도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북·중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한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중국이 오래 전부터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중국의 전향적 태도는 한국을 중국과 북한의 비핵화안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사전포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속전속결식 비핵화를 강하게 주장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 간의 접점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정부 소식통은 이날 “중국까지 나서면서 풀어야 할 숙제가 더욱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