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 현지 르포
하지만 베트남 현지에서 유통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인들은 기대보다 한류 효과가 크지 않다고 평했다. 호찌민에서 한국 식품수입업체 K마켓을 운영하는 이상윤 대표는 “한국 배우나 가수가 베트남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지만 한류 붐이 한국 제품이나 한식 문화 소비로 이어지는 건 아닌 듯 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호찌민 시내엔 경복궁 등 유명 한식집이 즐비하지만 손님은 한국 주재원이나 한국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베트남 기업에서 운영 중인 한국식 고깃집 킹비비큐(King BBQ)와 고기하우스(Gogi house)에 현지인이 몰려든다. 두 곳 모두 베트남 곳곳에 40여 개 체인점을 냈다.
베트남 인구 60% 30대 이하
청년들 페북·유튜브 등 SNS 즐겨
“아이돌 TV광고로 소비자 유혹 한계”
한국 수출품 중 소비재 4%뿐
이마트 푸드코너처럼 현지화 필요
정부도 홍보영상 제작 등 지원해야
베트남 업체의 한국식 고깃집만 북적
10년 넘게 중국과 베트남에서 화장품 유통 사업을 해 온 이주형 K브랜드 대표 역시 “유명 아이돌 가수의 화장품 TV 광고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젊은이들은 TV보다 유튜브·페이스북 등을 주로 보고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불리는 잘로(Zalo)에서 물건을 사고 판다는 것이다. 베트남 화장품 시장 규모는 연 2500억원 수준인데 아직까지 연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국내 화장품 업체는 없다.
2015년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베트남과의 교역규모는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은 477억달러, 수입 162억달러로 교역액은 639억달러에 달했다.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교역규모 4위로 올라섰다. 이는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등 제품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와 자본재(기계, 반제품)를 국내에서 조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베트남으로 수출한 품목은 중간재(76.2%)와 자본재(19.5%)가 전체의 95.7%를 차지했다. 반면 수출 품목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그쳤다. 현지화를 통해 한류를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로 연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2015년 호찌민 고밥에 1호점을 낸 이마트는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이달 14일 매장으로 들어서자 쇼핑을 하는 현지인들로 붐볐다. 현지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직원들이 현장에서 직접 요리하는 K푸드 코너였다. 응우옌티탄반(26)씨 “빅뱅을 좋아한 뒤로 한 달에 한 번씩 떡볶이랑 김밥을 먹으러 온다”고 들려줬다. 천병기 이마트 베트남 법인장은 “중국에서 27개 이마트를 철수한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에 5년 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베트남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음식을 구입한 뒤 바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은 현지 업체들도 잇따라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한류가 한국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한류를 알릴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홍보영상 제작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찌민=염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