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는 전직 대통령들을 가장 자주 초대했다. 98년 8월1일의 첫 번째 청와대 회동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이 DJ에게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큰소리로 인사하는 장면이 스케치에 잡혔다. 처음에는 립서비스였을지 몰라도 나중엔 전 전 대통령이 “DJ 시절 전직 대통령들이 제일 행복했다”고 회고하기에 이르렀다. DJ에게 전두환은 누군가. 내란음모 혐의를 뒤집어씌워 사형까지 시키려 한 장본인이다. 그런 전 전 대통령을 품는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통합에 플러스면 플러스였지 마이너스일 순 없었다.
하지만 이젠 모든 것이 ‘만찬의 추억’이다. 이명박(MB) 정부 시절엔 딱 한 번, YS-전두환 초청 이벤트(2010년 4월)에 그치더니 박근혜 정부 시절 뚝 끊겼고, 문재인 대통령은 사실상 초대장을 보낼 곳이 없어져 버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와병 중이어서 굳이 한다면 전 전 대통령과 단독으로만 가능한데, 그다지 회동 의미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이 전임자와 밥을 먹고 싶어도 밥 먹을 사람이 모두 감옥에 있어 회동을 못 할 상황이라면 엽기적이다.
언제 권력이 비정하지 않은 적이 있었느냐마는 6년 전 퇴임한 장외의 MB에 대한 검찰의 신공(神功)엔 새삼 놀랐다. 일단 이런 시각이 MB 구속을 찬성하고 반대하는 것과는 무관함을 밝힌다. 110억대 뇌물, 350억 원대 배임 횡령 혐의 등은 사실 눈 감을 일이 아니다. 다만 ‘지체된 정의’와 ‘지체된 보복’의 경계선이 모호해 그 사이에서 잠시 멀미를 할 뿐이다.
강민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