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는 그대론데 추가 요금 논란
#2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에 사는 주부 김정희(39)씨는 최근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1만7000원 짜리 치킨을 구입하는데 2000원의 배달비가 추가로 붙었다. 무료였던 소스는 개당 500원씩 두 개를 샀다. 치킨 한 마리에 2만원을 내고 구입한 셈이다. 김씨는 “배달비를 받지 않는 곳에서만 시키던지, 아예 주문음식을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장 점유율 키운 뒤 유료화 방식
가치·효용은 변화 없이 부담 늘어
소비자 구매 의욕 꺾는 상황 막게
정부가 나서 일정 수준 규제 필요
업체들 “수요 몰리고, 비용 올라 과금”
배달음식점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부담 증가와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음식 주문 애플리케이션(이하 주문앱) 업체 수수료 부담 등을 배달비 부과 이유로 꼽는다.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15조원 선인데, 이중 2조~3조원 가량을 배달앱 업체들이 좌우한다. 배달앱은 가맹점으로부터 판매가의 11~14%를 수수료로 받는다. 여기에 배달·카드 수수료 등을 더하면 음식 값의 25~30% 가량이 그대로 나간다. 서울 성북구에서 치킨집을 하는 김영식(55·가명)씨는 “배달비라도 받지 않고선 못 견딜 수준”이라며 “욕은 치킨가게가 먹지만 실제 덕을 보는 건 주문앱이나 배달대행업체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주문앱 업체를 비난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문제는 이들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다보니 소비자로선 부담이 커져도 이런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카카오 T는 1800만명에 이르는 사용자를 자랑한다. 국내 택시 기사 26만명 중 24만명을 공급자로 확보했다. 개별 배달음식업체는 시장 지배력이 없지만, 주문앱들은 이미 배달음식 시장의 최강자다. 익명을 원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들의 앱 입점 요구를 거절할 수 있었지만 올해도 그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실질적인 가격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을 넘어야 하는 점은 숙제다. 당장 배달음식을 줄이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료 서비스였던 만큼 큰 돈이 아니어도 ‘지불 용의(WTP)’가 낮을 수 밖에 없다. 소매점에서 비닐봉투 한 장 당 20원씩 받는 것을 두고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전성률 한국소비자학회 회장은 “일단 무료나 저가로 사용자를 늘리는 ‘시장침투가격(Penetration Pricing)’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건 효과적이지만, 추후 과금 시에는 소비자들이 ‘값을 올릴만 하다’라고 가격을 정당하게 생각해줘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추가 요금을 내는 ‘웃돈 관행’이 상대적으로 자연스러운 분야도 있다. 과거 대학병원 등에서 진료를 받을 때 내야 했던 ‘선택진료비(특진비)’가 대표적이다.
서울시·국토부, 규제 근거 없어 ‘일단 난감’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일단 택시호출 서비스 유료화와 관련해 법리검토에 착수했지만 난감해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22일 “2000원이 넘는 수수료가 부당 요금에 해당하는지 법 해석이 필요하고, 부담이 커지는 만큼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국토부와 함께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카오 측에서 과금을 해도 당장은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다. 프랜차이즈 본사 역시 추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미루겠다는 점주를 막기는 어렵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광호 교수는 “최근 상황은 과거 미국에서 물류 장악력을 두고 겨뤘던 철도왕 밴더빌트와 석유왕 록펠러의 싸움을 연상시킨다”며 “록펠러는 송유관을 만드는 혁신으로 기존 유통망을 뒤집었지만 영세 사업자나 소비자는 그런 혁신이 불가능한 만큼 정부가 일정 수준의 규제를 가해 전체 생태계를 살리면서 소비자에게 부담이 그대로 전가돼 지불 의사(WTP)나 구매 의사 자체를 꺾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