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4일(한국시간 5일)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더 포스트’가 그런 경우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요즘 같은 트럼프 시대에 도대체 왜 1971년 미국 국무부 비밀문서 폭로 과정을 그린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제90회 아카데미 영화제 관전 포인트
만약에 닉슨에게 트위터가 있었다면 자신의 가짜 뉴스만을 진리인 양 호도했을 것이다. 스필버그는 아마도 시대가 다시 반동(反動)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듯하다.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포스트’와 관련된 “왜?”에 대한 답변은 바로 그 지점에서 찾아진다.
아무도 그런 트럼프를 제지하지 못하고 있는 이 때에 할리우드가 나서고 있다. 특히 아카데미는 ‘더 포스트’와 ‘덩케르크’ ‘다키스트 아워’ 등으로 역사의식을 곧추 세우고 ‘쓰리 빌보드’를 통해 진정한 미국적 가치는 무엇인지를, ‘셰이프 오브 워터’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 나머지 작품을 통해 흑인과 여성, 성 소수자와 신세대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트럼프와의 전선(戰線)을 펼친다. 편협한 미국과 맞서 싸우겠다는 것이다. 아카데미는 지금, 더 나아가 영화는 지금, 진정으로 프로파갠다(propaganda·정치적 선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건 모든 영화제, 영화상들이 해내고 있는 시대적 임무같은 것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중순 열렸던 제68회 베를린영화제 수상작들을 열거해 놓고 보아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가 지금 표방하고 있는 것은 한 마디로 ‘타임즈 업(Time’s up)’이다. 구 세대를 갈아 치우고 새로운 세대를 등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인 황금곰상을 받은 ‘나를 만지지 마·Touch Me Not)’부터 ‘신시대(New Era)’에 걸맞는 작품들로 즐비하다. 유럽 영화계 역시 낡은 것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예술적으로, 미학적으로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역사적으로 오히려 퇴보하는 중이었다. 그것을 지금 ‘미투(MeToo)’ 운동이 해내고 있다. 올 아카데미도 ‘미투’와 결합하는 모양새다. 매우 적절하면서도 전략적인 결합이다. 영화가 종종 시대를 주도한다고 얘기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글 오동진 영화평론가, 사진 각 영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