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에피소드가 쭉 이어지는데 주제가 요리다. 그가 심고 키우고 수확한 식재료로 직접 만든 음식을 실감나게 그렸다. 일본판 영화의 경우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으로 나눠 제작됐고, 사계절을 한 편에 담은 한국판 영화는 임순례 감독이 연출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제보자’(2014)에 이어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감독: 임순례
주연: 김태리 류준열
등급: 전체관람가
그래서 그는 추운 겨울 고향집으로 돌아간다.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돌아간 집에서 남은 쌀 몇 톨로 밥을 하고, 노지의 언 배추를 따다가 된장국을 뜨끈하게 끓여 먹으며 삶을 시작한다. 그렇게 자급자족하며 사계절을 산다.
‘리틀 포레스트’에는 극적인 갈등이나, 반전 있는 결말도 없다. 사계절을 살아가며 허기를 채워가는 삶이 이어질 뿐이다. “배가 고파 돌아왔다. 인스턴트 음식으로 허기를 달랠 수 없어서” (혜원)“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돼?”(재하)와 같은 대사가 무심하게 툭 치고 가는 정도다.
“무언가 실패를 하고 지금까지의 나 자신을 되돌아볼 때마다 난 항상 같은 일로 실패를 하게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같은 곳을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 침울해지고. (중략) ‘원’이 아니라 ‘나선’이라고 생각했어. 맞은 편에서 보면 같은 곳을 뱅글뱅글 도는 것처럼 보여도 분명히 조금씩은 올라갔던지, 내려갔던지 했을 거야. 내가 그리는 원도 차츰 크게 부풀고 그렇게 조금씩 ‘나선’은 커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더 힘을 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임 감독이 이 영화를 리메이크하게 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경기도 양평 시골마을에서 텃밭을 가꾸며 10여 년째 살고 있다.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영화의 메시지는 이렇다. “웃지 않고 피곤하고 똑같이 사는 도시의 삶, 좀 다르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주를 이루는 요즘, 휴식 같은 영화를 선물하고 싶었다.”
자급자족하는 삶에 중점을 둔 원작과 달리 한국판은 관계에 좀 더 집중한다. 사계절을 한 편에 담은데다가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더하다 보니 원작에 비해 조금 숨가쁘다. 흘러가는 자연과 인간의 노동, 둘이 협업해 만든 요리에 집중했던 원작을 좋아했던 이라면 조금 아쉬울 듯하다. 한국판에서는 완성된 요리가 많이 보여질 뿐 자급자족하는 과정은 거의 생략됐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