弔鐘

중앙일보

입력 2018.02.2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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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들을수록, 깔수록 가관입니다. 이른바 문화 권력들의 추악한 민낯 말입니다. 그 알량한 재주 하나 믿고,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된 듯, 특히 여성을 성 노리개 정도로 생각하고 저질러온 만행에 참으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죄라고는 일언반구도 없이 숨어버리고, 한다 해도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과연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생각은 하고 있는 걸까요.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그렇게 해왔다고, 관행이었다고 말합니다. 아닙니다. 오랜 시간 성적 수치심에 피눈물을 흘려온 피해자가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적폐입니다. 그런 관행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적폐는 청산해야 한다고, 세상 사람들이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관행의 시대’ ‘침묵의 시대’에 대한 조종(弔鐘)입니다.

editor’s letter

올해는 정부수립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일제 식민지배를 벗어나 우리 손으로 나라를 다스려보자는 각오가 처음으로 시작됐죠. 그 오랜 시간 동안 우리는 참으로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도 잡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성장하지 못한 분야도 있었습니다. 외려 썩은 내가 진동하는 곳도 여기저기서 발견됐습니다.
 
문제가 생겼으면 풀어내면 됩니다. 이번에 큰 용기를 낸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미처 몰랐던, 혹은 모르는 척했던 문제를 직시하게 됐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그 힘으로 움직입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