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대담] 평창 이후 한반도
정승조 전 합참의장
북, 남북관계 통해 제재 탈피 목적
군사옵션 한국 피해 커 미국도 고민
한·일 군사협력 정치화 안되게 해야
모리모토 전 일본 방위상
일, 대화로 북 비핵화 몽상 안 가져
경제 제재로 압박 지속해야 효과
일본은 군사 대응에 신중한 입장
▶정승조(이하 정)=“문재인 대통령은 ‘기적 같이 찾아온 기회’라며 대화를 통한 북핵 해법을 강조했다. 북한이 국제사회로 돌아오고 북·미 대화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라면 좋겠다. 김정은의 신년사를 보면 오는 9월 정권수립일까지 대화 국면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에서 탈출하는 한편, 남·남 갈등을 일으키며 한·미 동맹을 와해하려 한다.”
북, 남·남 갈등과 한·미 동맹 와해 노려
▶정=“훈련 재개가 북한 도발로 바로 연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군대가 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상회담의 대가로 거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1·2차 남북 정상회담과 국방부 장관 회담에서도 훈련 중단을 결정한 바 없다. 다만, 북한은 한국의 지원이 기대에 미치지 않고 그들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면 한·미 연합 훈련의 재개 등을 빌미로 다시 도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서 북한이 가장 큰 열쇠를 갖고 있다. 럭비공 같은 김정은 행동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
▶진=“한국이 먼저 나서 운신의 폭을 만들 수 있지 않나. 한국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
▶정=“북한 비핵화의 성과를 보기 전까지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전쟁 중에도 대화하지 않는가. 한국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원한다.”
▶모리모토=“남북 대화를 통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
▶진=“한반도 평화를 위한 긴장 완화 측면에서 군사 회담이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는 어렵지만, 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고 더 나아가 개발을 동결할 생각이 있다면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도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대북 제재는 너무 단순한 전략이라 비핵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어떤 방안을 갖고 있는가.”
▶모리모토=“대북 경제 제재는 효과가 있다. 탈북자가 증가해 경제가 어렵다는 증거를 봤다. 대북 제재의 근본적 목적은 김정은 통치 체제를 약화하고 핵 개발을 단념하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면 그런 목적과 맞지 않는다. 일본은 제재를 줄일 생각이 없다. 대화로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몽상(夢想)을 갖고 있지 않다.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차단해 (개발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북 식량 지원이나 개성공단 재개,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에는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
▶정=“제재 효과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북한이 이번에 유화적으로 나온 게 그 증거다. (하지만) 현재의 대화 논의를 곧바로 북한 지원과 개성공단 재개, 훈련 중단으로 연결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모리모토=“비핵화를 위한 대화라면 환영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 어디라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 능력을 갖춰 김정은 체제의 생존이 가능할 때 대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북한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 꺼내는 대화는 시간을 벌어주는 대화일 뿐이다.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을 보지 않았나. 북한에 이용당할 뿐이다.”
▶진=“미국에서는 최근 제한적으로 북한을 공격하는 ‘코피 작전’도 거론되고 있다. 그럴 경우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고, 일본에도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무엇인가.”
▶모리모토=“일본은 군사 옵션에 신중한 입장이다. 첫째, 국제법적 근거 때문이다. 핵 개발 이유만으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기 어렵다. 둘째,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불투명하다. 사전 양해도 곤란한 상황이다. 미국이 공격하면 중국이 나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일 양국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이런 점의 해결 없는 군사적 옵션은 신중해야 하다. 비군사적 제재로 (비핵화)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정=“군사 작전은 거론만 해도 상당한 효과를 본다. 최근 김정은 동선(動線)을 보면 조심성이 보인다. 미국이 군사 옵션을 경우에 따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위권적 조치는 상대방의 적대행위가 임박했다고 판단하면 시행할 수 있다. 실제 공격이 이뤄지면 아무래도 한국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
▶모리모토=“군사 옵션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테이블에 모든 옵션이 있다’고 말한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일본의 피해도 크다. 공격 수단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만약 북한이 반격한다면 한국에는 재래식 전력으로, 일본에는 핵이나 화학탄을 탑재한 노동미사일로 대응할 수 있다.”
북핵 완전한 제거 현실적으로 어려워
▶진=“군사·외교 분야에서 한·일 양국이 어떤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가.”
▶정=“북한 핵 위협 대응과 인식은 한·일이 비슷하다. 한·미·일 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3국 간 군사협력이 잘 진행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군사 문제가 아닌 국민 정서의 문제가 돼서 그렇다. 그나마 2016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로 정보 교류가 가능해져 다행이다. 한·일 간 군사 협력이 정치가 아닌 군사 문제로 돌아오도록 일본의 대승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민의 우려를 일본은 이해해야 한다.”
한·일 대화 다방면서 확대해야
▶진=“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역할은 무엇인가.”
▶모리모토=“일본 자위대는 수송과 보급 등 미군의 후방지원에 나설 수 있다. 단, 비전투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 보호 작전도 자위대법에 나와 있지만 한국과 정치적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어렵다.”
▶정=“만일 한국에서 전쟁이 나면 일본에 있는 유엔사는 전력(戰力) 제공 역할을 한다. 한반도에 파병될 미군의 지원기지 역할을 하고, 많은 전시물자도 비축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협력도 필요하다. 일본은 미군을 위한 발진·대기·지원기지 역할을 한다. 다만, 일본의 군사적 활동은 한계를 설정하고 그 범위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진=“한국은 일본의 군사적 의미와 역할을 평가해야 하고, 일본도 한국의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 노력을 평가해줘야 한다고 본다.”
정리=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