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믿음
코엘료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선사는 『도덕경』 세 권을 펴냈다고 했다. 두 권은 보이지 않는 책이고, 한 권은 보이는 책이라는 것이다. 당신의 서가에는 보이는 책 말고 보이지 않는 책이 몇 권이나 꽂혀 있는가. 보이는 책이 아무리 귀해도, 보이는 책은 보이지 않는 책, 즉 타인에 대한 자비로 이루어진 책들이 있어야 함을 가리키는 표지가 아닐까.
지금은 고인이 된 채희동이라는 후배목사가 문득 떠오른다. 그는 경기도의 후미진 시골에서 작은 교회를 섬기고 있었다. 예배당 건물이 너무 낡아 그는 교우들과 새 예배당을 지을 헌금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가구공장에 다니던 교우가 허리를 크게 다쳐 몸져 누었다. 워낙 가난하여 병원치료도 받지 못했다. 어느날 그 교우의 집을 방문한 채 목사는 교우의 상태가 무척 위중하다고 느꼈다. 채 목사는 곧 교우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받게 했다. 상당히 많은 수술비가 나왔다. 마땅한 대책이 없어 기도를 하던 그는 문득 교우들과 함께 모은 건축헌금 생각이 났다. 주일예배를 마친 채 목사는 교우들에게 호소했다. “우리는 성전을 건축하려고 헌금을 모아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우 한 분이 병이 들어 쓰러졌습니다. 성경에 보면 사람을 하느님이 계시는 성전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경의 가르침대로 병든 교우를 치료하여 일으켜 세우는 것이 곧 성전을 짓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채 목사의 말에 감화를 받은 교우들은 건축헌금을 교우의 치료비로 사용하는 데 모두 동의했다.
보통 신자들은 눈에 보이는 사원을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채 목사는 보이는 사원보다 보이지 않는 사원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깊이 자각하고 있었던 것. 예수 역시 보이지 않는 사원, 신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사람을 위한 사랑과 정의를 더 소중히 여겼다. 유독 추운 겨울을 보내며 나는 ‘봄길’이라는 아호로 불렸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눈빛을 지녔던 채 목사가 그립다.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김달진 문학상과 영랑시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원주 한살림 교회를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