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49)씨는 B형 간염 보유자이지만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평소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고 지내왔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와 종양표지자 수치가 크게 높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상급병원을 찾아갔다. 마찬가지로 정밀검사를 시행한 결과 원격전이를 동반한 진행성 간암으로 최종 진단받았다.
간암은 중년 암 사망률 1위 차지
B·C형 간염 혈액으로 쉽게 검사
C형은 6개월 약 복용 95% 완치
과거 간암의 주요 발생 원인인 B형 간염에 대해 백신과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간암은 곧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0여년간 간질환 사망률은 1983년 10만명당 31.5명에서 2016년 10만명당 13.3명으로 57.7%나 감소한 반면 간암 사망률은 그렇지 않다. 1983년 10만명당 16명에서 2016년 21.5명(34.4% 증가)이 됐다. 항바이러스제가 적극적으로 사용된 덕분에 B형 간염 환자가 간부전으로 사망하는 사례는 급격히 줄었으나 바이러스를 보유한 채 오래 사는 사람이 늘면서 간암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자각증상 발생하면 이미 늦어
환자 대부분은 만성 간질환을 앓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빈도가 높은 만성 간질환은 B형 간염이고, 그 다음으로 C형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증,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순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만성 간질환을 예방하거나 잘 관리하면 간암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만성 간질환이 있는지 여부를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혹은 간경변증 등 만성 간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간암의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간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를 적어도 매년 두 번, 6개월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받는 게 좋다. 이 간격이 6개월 이상으로 길어지게 되면 간암 조기 진단이 어려워질 수 있다. 간암을 조기에 진단받는 경우 5년 생존율은 90%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완치할 수 없는 만성 간질환을 이미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인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에 간암을 진단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가에 B형 간염환자 있으면 조심
또한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C형 간염 환자는 3~6개월 간 단기간 약물만 복용해도 바이러스의 95% 이상이 박멸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진행성 간섬유화나 간경변증으로 악화되기 전에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박멸하게 되면 간암의 발생 위험은 거의 없어지게 된다. 또 다른 간암의 위험 요소인 알코올성 간경변증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경우는 금주, 식이조절, 운동, 적정 체중 유지 등을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만일 간암 진단이 나온 환자는 이후 영상검사를 받고, 간기능 평가를 통해 암의 진행 상황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간암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간 부분 절제술, 국소 종양 소작술(고주파 열치료, 냉동치료, 알코올 주입 치료 등), 간동맥 화학 색전술, 방사선 치료(정위체부 방사선 치료, 양성자 치료, 중성자 치료, 중입자 치료) 등이 있다. 간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 간암과 동시에 만성 간질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간 이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간암이 이미 많이 진행되었다면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 임상시험 등 새로운 치료법을 고려하게 된다. 간암을 잘 치료하더라도 남은 간이 여전히 만성 간질환을 앓고 있다면 간암 재발의 위험이 있기에 간암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간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