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동의보감] 추울수록 운동
얼마 전 전국에 한파와 함께 많은 눈이 왔다. 60세 이상 노년층에게는 해마다 찾아오는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남은 인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데 매우 중요하다.
방에만 있으면 근력 빠르게 약해져
외출 때 낙상·골절로 이어지기 십상
허벅지가 두 손 안에 들어오면 위험
‘다리 들어올려 버티기’ 큰 도움
필자는 진료실에 찾아오는 어르신들에게 “매일, 조금씩, 자주”라는 말을 늘 강조한다. 운동 이야기다. 더 늦기 전에 이렇게 운동하는 것이 필요한 근육량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낙상으로 인한 골절로, 또는 거동이 불편해서 눕거나 앉아만 있으면 근육량이 계속 줄어든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요양병원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지 않고 가족들 곁에서 오래 머물다가 편하게 떠나려면 ‘매일, 조금씩, 자주’ 운동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지난 가을만 해도 잘 걷고 등산도 하던 노인들이 춥고 길이 미끄러운 겨울 내내 실내에서 웅크리고만 지내면 다음해 봄에 몸이 예전같지 않고 무거워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근력이 약해지면서 낙상으로 인한 대퇴골이나 척추 뼈 골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근육량, 40세 이후 매년 1%씩 줄어
운동 앞에서 달력 나이는 의미가 줄어든다. 근육량은 20대 중반에 최고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든다. 30세 이후 매년 0.5%정도씩 감소하다가 40세 이후에는 매년 1%씩 감소하여, 70대에는 최고치의 30% 이상이 빠져나가고, 80대에는 평균 50% 이하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년기의 건강과 일상생활을 위해서는 근육량과 근력의 유지가 꼭 필요하다는 증거다.
쉽게 들어올리던 물건들이 무겁게 느껴진다거나, 다리에 힘이 없어 주저앉는다거나, 계단을 오르기가 힘들다거나, 쉽게 잘 넘어진다거나, 과거에 비해 추위를 많이 탄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내 몸의 근육량이 부족한지 아닌지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허벅지 둘레를 손으로 잡아보고 손가락으로 눌러보는 것이다. 보통 성인이라면 양손으로 허벅지를 다 감싸기 어려운 게 정상이다. 나이가 들면 허벅지는 가늘어지고 근육이 줄어들면서 지방으로 바뀐다. 다리 굵기는 변함이 없지만 탄력이 떨어지는 것도 근육량 감소 때문이다. 전체 근육에서 허벅지 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이다. 따라서 허벅지 근육이 약해졌다면 허리를 비롯한 몸의 구조를 지지해 주는 골격근의 약화는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근육은 꾸준히 사용하면 근육량이 늘어나고 근력이 강해지지만, 지속적이고 적절한 자극을 가해주지 않으면, 조금씩 약해지고 물렁물렁해지며 지방으로 치환된다. 수개월간 무중력 상태의 우주정류장에 머물렀던 우주인들이 지구로 돌아와서 겪는 큰 문제가 근력 약화로 인한 보행장애다.
근육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근육이 약해져서 물렁물렁해지고, 본인 몸무게를 움직이고 버티고 이동하는 게 힘들어진다. 뼈와 인대를 보강하고 지지해주는 역할도 줄어들어 관절과 연골도 더 악화하고, 퇴행성관절염이 빨리 진행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의자만 있으면 어디서나 가능
관절에 무리를 가하지 않으면서도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법으로 ‘다리 들어올려 버티기(그림 1)’가 있다. TV를 보거나 대화를 하면서도, 버스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면서도 의자만 있으면 앉아서 할 수 있다.
허리를 바르게 펴고 의자에 앉아서 한쪽 다리를 펴서 지면과 다리가 수평이 되게 한 뒤 10~20초 유지하고 내리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다. 10번씩 좌우 다리를 번갈아 가면서 하루 수백 번 이상 하다 보면 조금씩 다리 근력이 튼튼해지고 탄력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운동은 무릎 관절이나 허리, 고관절이 아파서 걷기 힘든 분들도 근육 감소를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다리 들어올려 버티기’ 운동은 약해진 허벅지 전면 근육을 약간의 자극으로 무리가 안 가게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엎드려 다리 뒤로 들어올려 버티기’도 방법은 간단하다. 배를 깔고 엎드린 자세나, 네발로 기는 자세에서 다리를 뒤쪽 위로 들어올린 뒤 5~10초간 유지하고 내리는 자세를 반복하는 것이다. 통증이 있다면 바로 멈춰야 한다. 한꺼번에 많이 하려고 하지 말고 짧게 자주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렸다 내리는 동작보다 다리를 올려서 멈춘 상태로 5~10초 버티는 게 더 중요하다.
경희대 한의과대학 박사. 경남 거창 약산약초교육원에서 동료 한의사들과 함께 직접 약초를 재배하며 한의학을 연구하고 있다. 경제주간지 더스쿠프에 건강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의의병서(醫醫病書)’를 공역(共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