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마일드 하이브리드 전기차(MHEV)
HEV는 연비절감 효과가 크다. 하지만 100V 이상의 고압 전력과 별도의 전기모터, 고용량 배터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설계부터 일반 차량과는 다르고 비용도 많이 든다. 반면 MHEV는 시동용 모터를 대신할 ‘벨트구동 통합모터(B-ISG)’로 하이브리드 효과를 낸다. 여기에 48V 배터리와 48V를 12V로 바꿔주는 컨버터만 더하면 된다. 따라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도 쉽게 개조할 수 있다.
정차 땐 시동 끄고 가속 땐 모터로
70만원이면 이산화탄소 10% 줄여
기아차 하반기 스포티지에 첫 적용
대신 ‘가성비’가 뛰어나다. 부품업체 델파이에 따르면 MHEV를 적용할 경우 기존 하이브리드 대비 30%의 원가로 70% 수준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르노도 비슷한 자료를 내놨다. HEV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30% 줄이는데 500만원이 드는 반면 MHEV로 7~10% 줄이는데 70만원이면 된다. 특히 연비측정 시험으로 드러나는 결과에 강하다.
유럽연합(EU)은 자동차 제조사별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0년 기준 95g/㎞로 못 박은 상태다. 이 수치를 넘어서는 제조사에겐 ‘1g 당 95유로(12만4500원)×판매대수’의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자동차 제조사는 마음이 급하다. 디젤은 원가가 비싸고 열풍이 식은 상황. 그렇다고 전 차종을 하이브리드로 전환하기엔 비용부담이 크다. 따라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MHEV는 자동차 제조사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기술이다. 단서가 붙는다. 기존 12V 대신 48V 전력을 써야 한다. 전기모터의 역할을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키워야 하는 까닭이다. 자동차가 쓰는 전력은 전압에 전류를 곱한 결과다. 전압을 높이면 상대적으로 적은 전류로 큰 전력을 만들 수 있다.
당시엔 양산에 걸림돌이 많았다. 그러나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력제어 기술이 진화하면서 고압으로 갈아탈 기회가 열렸다. 48V를 도입하면 각종 전선의 부피와 무게, 제조원가, 저항 손실도 줄일 수 있다. 더 높이면 좋겠지만 48V는 EU가 규정한 인체에 안전한 전압의 상한선이다. 만약 60V를 쓰면 안전을 위한 추가 비용을 들여야 한다. 48V 전장 시스템은 디젤 엔진을 대체할 수요도 끌어낼 수 있다. 배기량을 줄이고 터보차저(과급기)로 힘을 키운 ‘다운사이징’ 가솔린 엔진과 궁합도 좋다.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MHEV 시대의 개막을 엿볼 기회였다. 독일 자동차 제조사와 델파이·보쉬·콘티넨탈·현대모비스 등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경쟁적으로 48V 홍보에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IHS와 스위스 투자회사 UBS는 2025년 신차 가운데 10%가 MHEV일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 제조사는 이미 48V MHEV를 도입했다. 아우디가 지난해 선보인 신형 A8이 좋은 예다. 가솔린과 디젤 전 차종이 48V MHEV다. 그 결과 시속 5~160㎞의 폭넓은 영역에서 수시로 엔진을 최대 40초 동안 끊어 연료를 아낀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부분변경한 S-클래스에 48V 시스템을 넣기 시작했다. 디젤 게이트의 진원지 폴크스바겐도 예외일 수 없다. 최근 출시한 소형 SUV 티록을 시작으로, 차세대 골프도 48V로 거듭날 계획이다. 바다 건너 이야기만은 아니다. 현대모비스도 올해부터 48V 시스템을 공급한다. 기아차가 올 하반기 부분변경해 출시할 스포티지가 첫 수혜자다.
로드테스트 편집장
관련기사
● 외관 단정 … ‘출세한 형’ 이어 9년 만에 세상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