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프리뷰] 현직 vs 전전직 대통령의 충돌, 그 속살
2018년 정국에선 더 나아가 갈등이 전전(前前) 대통령으로까지 번졌다. 검찰의 칼날이 조여가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17시간 간격으로 공개적으로 맞서는 상황까지 갔다. 이례적 수위다. 갈등의 뿌리는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년 전 노 전 대통령 죽음서 비롯
문 대통령 진영 “정치적 타살”
집권 후 감사부터 전방위 수사
MB 측은 “포토라인 세우려는 것”
#2 그 후 9년 기침 연발한 반박 회견
1. 보복 논란의 시작
영결식에 참석한 이 전 대통령 내외를 향해 백원우 당시 민주당 의원이 “정치보복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하느냐”고 외치다가 끌려나갔다. 장례집행위원장이었던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에게 “조문 오신 분에게 예의가 아니게 됐다”고 사과했다. 8년이 흐른 지금 백 의원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됐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발간한 저서 『운명』에서 “지금도 그분의 유서를 내 수첩에 갖고 다닌다”며 “노 대통령도 우리도, (이명박 정권 퇴진)촛불시위 후속 대응이 정치 보복이고 보복의 칼끝이 우리를 향하리라고 상상조차 못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적 타살이라고 여긴 셈이다.
2. 잠복기
3. 반격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검찰 수사망이 이 전 대통령을 조여 갔다. 크게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과 정치 관여 의혹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자란 의혹이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관련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등 세 갈래였다. 그러다 18일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간 비밀군사협정 체결 의혹도 추가됐다.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윤석열)이 처음 시도한 건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관계자들에게 적용한 군형법과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혐의의 공모자로 엮는 방식이었다. 이 길은 그러나 지난해 11월 법원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을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어주면서 막혔다. 이 전 대통령에 이르는 길목인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다스 수사는 두 곳에서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100억원 이상의 다스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은 동부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문찬석)이, 대통령 재임 시절 BBK투자자문에 투자한 돈 140억원을 다스를 거쳐 돌려받았다는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가 나눠 맡고 있다. 동부지검이 맡은 수사는 공소 시효(2월 21일)에 쫓기고 있다.
검찰이 활로를 찾은 건 청와대가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쓰는 관행에 뇌물 혐의를 적용하면서부터다.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하는데 성공하면서 이 방법을 그대로 이 전 대통령에게도 적용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오랜 ‘집사’인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을 각각 4억원과 5000만원씩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나아가 “2011년 10월 국정원 특활비를 바꿔 10만 달러(1억여원 ) 정도는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진술은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압박하고 있다. 1996년부터 이 전 대통령을 보좌한 김 전 비서관은 한때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
4. 이(李)의 반격
5. 앞으론 어떻게
충돌의 양상은 청와대의 신임이 깊은 윤석열 지검장에게 달렸다. 일단 다스 건의 경우 서울중앙지검이 “다스 설립에 이 전 대통령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김성우 전 사장 등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범죄 입증에 필요한 ‘스모킹 건’을 발견했다는 소식은 없다.
이에 비해 국정원 특활비는 ‘포토라인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 듯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김희중 전 부속실장은 검찰에서 진술했을 뿐만 아니라 2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특활비를 받는 게 과거 관행이었다 하더라도 눈높이가 달라진 국민이 용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분은 그분(이 전 대통령)밖에 없다.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실제 이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할 수 있을까. 익명을 요청한 검찰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건의 최하부 관련자들을 구속한 뒤 이들의 자백을 토대로 ‘머리’를 공모공동정범으로 구속 기소하는 게 그동안 윤석열 팀이 보여준 수사 기법”이라며 “김 전 부속실장의 자백이 있는 만큼 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정애·임장혁 기자 ock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