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가계 금융자산 3000조, 잘 굴려야 100세 노후 편하다

중앙일보

입력 2018.01.14 00:02

수정 2018.01.14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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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가계 빚 1400조 시대, 빈곤 탈출구는 있다
우리나라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이 30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3577조552억원이다. 김진성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소비자단체·학술단체 등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을 제외하고도 가계 금융자산은 지난해 3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지난해 3분기 기준 1419조원)보다 2.1배 많다. 전문가들은 “이 돈을 잘 굴려야 100세 시대 노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계의 금융자산은 서울올림픽과 평창올림픽 사이에 30배로 늘었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103조원이던 금융자산이 30년 만에 3000조원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갈수록 자산이 쌓이는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1000조원에서 2000조원으로 늘어나는 데 8년이 걸렸지만 1000조원이 더 늘어나는 데는 5년이면 충분했다. 선진국의 경우 가계 금융자산이 급증하는 시기에 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경험했다. 미국은 가계의 금융자산이 1970년대 말 10조 달러(약 1경700조원)를 넘어서자 80년대 이후 다양한 금융상품과 해외에 투자하는 ‘금융화’ 현상이 나타났다.

수익률 1%P만 올려도 30조원
임금 10% 상승하는 것과 맞먹어
1570조는 현금·예금으로 보유

한국도 쌓여 있는 3000조원을 잘 굴려야 노년의 소득절벽을 피해갈 수 있다. 1%포인트만큼 수익률이 높아지면 한 해 추가로 얻게 되는 수입만 30조원에 달한다. 이는 연봉 3000만원을 받는 근로자 1000만 명의 임금이 10% 오르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소득주도 성장과 내수 활성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자산의 투자 수익률을 높인다면 가계부채의 실질적인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가계는 자산 대부분을 부동산과 은행 예금 등 수익이 나지 않는 자산에 묻어두고 있다. 우선 아파트 등 실물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너무 높다. 우리나라의 실물자산 규모는 5715조원으로 금융자산의 1.6배에 가깝다. 전체 자산에서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3%다. 선진국은 실물자산 비중이 40% 미만이다. 올해 처음으로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를 넘어서는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자산을 부동산에 집중 투자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자산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나는 변곡점에 진입한 셈이다.
 
현재 금융자산의 43.8%인 1570조원이 수익이 나지 않는 현금과 이자율이 1~2%에 불과한 예금에 묶여 있다. 한국은 이미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2014년 4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부동산이나 예금에 치우친 노후 대비 자산을 주식·리츠·주택연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며 “특히 규모가 전 세계의 2%에 불과한 한국 시장에서 벗어나 지역별·테마별로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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